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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Jun 19. 2021

거대하고 웅장한 내 친구,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프랑스 교환학생기] 26.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스트라스부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이다. 내가 살면서 제일 처음 마주한 고딕 양식의 유럽 성당이기도 하다. 대성당의 첫인상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최대한 고개를 젖혀봐도 한눈에 담기 힘든 첨탑이 하늘을 뚫을 기세로 솟아있다. 뾰족뾰족한 가시가 하늘을 찌르는 것만 같다. 성당 외부를 둘러싼 크고 작은 조형물들은 디테일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성당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희생되었을까 싶기도 하다.

 

사실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이제 성당은 질린다고들 한다. 종교인이 아니라면 종교적 건축물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데에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나는 한때 천주교 신자였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성당에 대한 감흥은 점차 줄어들고 여행 막바지엔 거의 의무감 수준으로 보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대성당은 조금 달랐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은 내게 동네 성당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살던 집에서 스트라스부르 대성당까지는 도보로 10-15분 정도. 산책 나갈 겸 이곳을 들를 때마다,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여행지로서 성당을 방문할 때에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 숙제하듯이 왔다가는 곳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성당이 내 생활권에 있어서 언제든 방문할 수 있게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은 마음이 어지러울 때, 날씨가 좋을 때, 친구들과 마실 나갈 때 등 내 생활과 함께해 준 든든한 친구였다. 특히 머릿속이 복잡할 때 이곳을 산책하노라면 나를 저절로 겸허하게 하는 좋은 스승이기도 했다.

 

성당은 사진으로 담기가 매우 어렵다. 성당의 전체를 한 컷에 담아내지 못해 항상 아쉬웠다. 성당이 지닌 디테일과 곳곳의 아름다움도 실제로 보는 것에 비하면 사진으로 구현되는 것이 너무 보잘것없었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겐 성당 사진보다 디저트 사진이 훨씬 잘 먹혔다.

 

나는 특히나 대성당의 야경을 사랑했다. 프랑스는 건축물에 노란빛 조명을 쏴서 밤에도 아름다운 프랑스 건축 양식들이 돋보이도록 한다.  조명들이 프랑스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한몫하는 듯싶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도 밤에  노란 조명을 받는 시간이 되면 2막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밤에 클럽에 오고  때도  성당을 지날 때가 있었다. 지친 발목을 질질 끌고 가며 바라보는 대성당의 모습.  광활한 곳에서  밤에  혼자 걸어가면 무서울 법도 한데, 성당이 있었기에 무섭지도 않았다. 그저 아름다웠다. 한국에서 클럽을 오갈  지나는 길은 간판 조명 아래 쓰레기가 넘쳐 나는 길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끝이 시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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