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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Jun 27. 2021

스트라스부르의 약국 탐방기

 [프랑스 교환학생기] 28. 스트라스부르의 약국들

프랑스는 약국이 많다. 웬 약국 싶겠냐만은 약국이 진짜 약만 파는 곳이 아니라 화장품도 팔아서  한국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프랑스 더마토리 화장품들은 명성이 높은데 사실상 성분은 딱히 순하기만은 하지 않다고 알고 있지만, 약국에서 유통된다는 고유의 이미지로 인해 일부 소비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프랑스, 파리 여행자들은 몽쥬 약국을 필수 코스로 들른다고 한다. 나도 가보긴 했는데 직원들이 한국인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 빼고는 다른 약국들이랑 큰 차이는 없는 듯싶었다. 오히려 스트라스부르 시내에 있는 것 중에 몽쥬 약국보다 더 큰 약국이 있었다. 어찌 됐든 나는 스트라스부르에 거주하면서 틈틈이 약국을 들르며 시장조사 겸, 나를 위한 쇼핑, 지인을 위한 대리 쇼핑 등을 즐겼다.

 

지금으로부터 6년도 더 됐으니 지금은 이미 많은 브랜드들이 거의 한국에 들어왔고 우리가 닿기 쉬운 곳에서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프랑스에서만 살 수 있는 것들이 꽤 있어서 쇼핑이 더욱 흥미로웠던 것 같다. 나는 건조한 피부로 수분크림 유목민족이었는데 프랑스에 있으면서 이것저것 수분크림을 사봤다. 싼 것부터 비싼 것까지. 그 결과 지금은 한국 브랜드에 안착했다.

 

유리아쥬 튜브형 립밤은 교환학생 가기 전 한국에서도 썼었는데 프랑스에서 살 땐 거의 반값이었다. 그래서 이 립밥은 누가 유럽 나간다고 하면 사 와 달라고 하는 품목 중 하나다. 내겐 이 립밤이 제일 잘 맞고 촉촉한 것 같다.

 

한 번은 런던에서 유학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기 전에 친구가 르네휘테르 샴푸 쇼핑을 부탁해 이를 구입하러 간 적이 있다. 근데 직원이 내 발음을 못 알아 들어서 다들 자기 매장에 없다고 하는 통에 이곳저곳 돌아다닌 기억이 난다. 르네가 'Rene'인데 내가 '르'를 ‘흐’로 발음해야 하는데 관사인 'Le(르)'로 읽어 버린 것이다. 프랑스 발음 정말 쉽지 않다.

 

시내에 큰 매장을 돌아다니는 것도 재밌지만 사실 골목길 구석에 있는 동네 약국 가는 게 더 재미있었다. 우리나라에선 번쩍번쩍한 매장에 센 조명을 받으며 진열되어 있을 제품들이 그곳에선 먼지에 쌓인 채 그냥 빼곡히 놓여 있었다. 젊은이들이 바글바글하지도 않고 그냥 동네 주민들이 가끔 한 두 명씩 오는 그런 작은 약국들. 누구에겐 소소한 일상의 것들이 누구에겐 더 화려하고 비싸고 귀한 것으로 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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