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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Jul 27. 2021

프랑스에서 빵순이로 사는 법

[프랑스 교환학생기] 32. 프랑스의 빵

프랑스에 온 뒤로 밥과 면도 만만치 않게 많이 먹었지만 빵이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다. 널린 게 갓 구워 나온 맛있는 빵이니 안 먹으면 손해다. 내가 프랑스에서 느낀 바는 어느 빵집에 가도 맛없는 빵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관해서 찾아보니 프랑스는 빵에 꽤나 진심인 편이다. 프랑스혁명 이후 1793년 국민 의회에서는 가난한 자, 부자 할 것 없이 모두 맛있는 빵을 평등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빵의 평등권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것이 법제화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정신은 계승되어 내려오는 듯하다. 1993년에는 빵 제조 과정에 기계의 등장과 다양한 화학 재료의 첨가로 인해, 기존의 전통을 잇고 제빵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바게트법'이 공포되었다고 한다. 바게트를 만들 때는 밀가루, 물, 효모 또는 누룩과 소금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이다.

 

내게 프랑스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빵은 사실 '바게트 샌드위치'다. 갓 구운 따수운 바게트 빵에 각종 야채와 햄, 치즈 등을 넣어 우적우적 씹어먹는 바게트 샌드위치. 별 거 없는 조합 같아도 한국에서 찾기는 힘든 맛인 것 같다. 각각의 식재료가 누구 하나 뒤지지 않고 그 풍미를 선보이기 때문일까. 사실 입천장은 많이 까지긴 하는데, 내겐 그것도 감수할 만큼의 맛이다.

 

내가 살던  근처에는  군데의 빵집이 있었는데 번갈아가며 빵을 구입했다. "Une baguette, Un pain au chocolat"(바게트 하나랑 초코빵 하나요) 같이 관사를  파악해 주문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바게트는 여자 관사를 써야 하고 초코빵은 남자 관사다. 그래서 성별을  모를  Une Un 발음을 뭉개거나 "Ce(이것)" 함께 손가락으로 빵들을 가리키곤 했다.  바게트의 경우에는 Une baguette 혼자서  먹기엔 양이 많고 오래 보관하면 맛이 없어지기에 Demi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라는 뜻인데, Demi 주문할  왠지 모르게 프랑스에서 꽤나 산 사람이  느낌이 나서 혼자 속으로 우쭐해지곤 했다.

 

  번째 최애 빵은 단연   쇼콜라. 한국말로는 초코빵인데, 겹겹으로 이루어진 부드럽고도 포슬포슬한 패스츄리에 초코 알갱이가 콕콕 박혀 달콤함까지 더하는 빵이다.    쇼콜라는 특히 커피와 마실  궁합이 최고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조합은 절대 포기할  없다. 학교 쉬는 시간에   쇼콜라와 커피 타임을 가질 때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또한   쇼콜라는 프랑스 어느 빵집을 가도 실패할  없는 메뉴. 빵집마다의 소소한 차이점을 발견하면서 먹어보는 것도 재미다.

 

프랑스에서 제일 유명한  프랜차이즈는 Paul이다. 1889년에 설립된 이후로 대대로 내려오는   회사는(규모가 커져서 빵집이라고 하기가 애매하다.) 화덕으로 빵을 굽는 것으로 유명하다. 폴은 이미 글로벌 프랜차이즈로서, 유럽에 가면 우리나라의 파리바게트급으로 많이   있다. 보통 기차역 빵집 하면 기대치가 없기 마련인데, 폴은 예외이니   먹곤 했었다. 나는 그래도 '에이, 프랜차이즈보단 로컬 빵집이지'했는데, 폴의  맛도 절대 무시할 것이 아니다. 동네 빵집이  빵집만의 정겨움과 투박함이 느껴진다면, 폴은 보다 정제되고 세련된 맛이다. 프랜차이즈니 비주얼은  말할  없고.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에서도 빵 소비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먹거리가 다양해지니 주식인 빵은 뒷전이 된 것이 원인일까. 1850년 당시 매일 1인당 900g의 빵을 먹었다면, 1950년대 330g으로 줄었고 2017년에는 130g까지 줄어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쌀 소비가 줄어들어 쌀 농가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기사와 맥락을 같이 하는 듯하다. 전통을 지키는 것과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것 간의 대립 그리고 조화는 언제나 쉽지 않은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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