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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Jul 30. 2021

프랑스에선 밥보단 디저트 : 크림브륄레부터 마카롱까지

 [프랑스 교환학생기] 33. 프랑스 음식과 디저트

누군가 내게 "프랑스 하면?"이라고 질문한다면, "단연 디저트"라고 바로 대답이 나올 것이다. 프랑스를 보통 미식의 나라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디저트의 나라라고 칭하고 싶다. 파리 여행을  적에 한인 민박에서 한국인들과 나누던 대화가 생각난다. "프랑스 맛있는  많다던데, 와보니까  모르겠어요...", " 그렇죠, 달팽이나 거위  이런  맛있나?" 같은 식의 대화였다. 일정 부분 동의한다. 미슐랭 레스토랑 같이 정말 고급스러운 곳에 가거나 손맛 좋은 프랑스인의 가정식을 맛보지 않는  프랑스 음식에 감동하긴 어려울  같다.  역시 그랬고. 아무래도 외식 물가도 비싸다 보니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가성비 만족시키는 식당이 적은  같다.

 


나 또한 돈 없는 교환학생이었고, 프랑스 가정식 해줄 현지인과 친분을 쌓을 시간도 없었으니 주로 사 먹는 게 케밥이었다. 아주 드물게 친구들과 프랑스 식당에서 식사를 했을 적엔 심지어 독일식 돈가스라고 할 수 있는 슈니첼을 먹거나(독일 국경에 접한 스트라스부르여서 독일 메뉴가 있었던 듯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을 먹기 일쑤였다. 물론 내가 찰떡같이 그저 그런 곳을 찾아간 걸 수도 있지만, 스트라스부르에서 꽤나 유명하다는 식당을 가도 음식에는 감흥이 없고 디저트가 제일 맛있었던 기억이다.

 


그렇다. 항상 내게 남는 것은 디저트였다. 프랑스인들은 항상 식사 후에 디저트를 먹는다. 그것도 같은 식당에서. 우리나라는 1차 식사, 2차 카페 이런 식으로 간다면, 프랑스인들은 한 자리에서 코스 요리로 끝내버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기에 나도 이런저런 프랑스식 디저트를 맛볼 수 있었고 항상 진한 단맛을 남기는 디저트들이 식사에서 가장 강렬하게 남게 된 것이다.

 


이게 또 단 맛이라고 해서 설탕 덩어리라고 폄하한다면 디저트 세계에 대한 큰 실례다. 디저트는 하나의 예술 장르 그 자체니까 말이다. 이를 처음 깨닫게 해 준 디저트는 아무래도 “크림 브륄레(crème brûlée)”다. 크렘 브륄레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니 차가운 크림 커스터드 위에 유리처럼 얇고 파삭한 캐러멜 토핑을 얹어 내는 프랑스의 디저트라고 한다. 처음 크림 브륄레를 받아 든 나는 이내 직관적으로 먹는 방법을 알아차리곤 티스푼으로 캐러멜 부분을 경쾌하게 팍-하고 깼던 그 기분을 잊지 못한다. 디저트를 만드는 데는 엄청난 창의력이 필요함이 틀림없다. 누가 처음 이 얼어붙은 강가를 깨뜨리는 것 같은, 맛도 재미도 뛰어난 디저트를 만들어 냈는지.

 


식사 후 디저트도 물론 다채롭지만, 디저트 가게인 파티세리(Patisseire)에서 사 먹는 각종의 케이크 또한 포기할 수 없다. 집 근처에 파티세리가 있어서 우울한 날 종종 케이크들을 사 먹곤 했다. 케이크 값이 당연히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정말 우울한 날에만 사 먹었다. 기분 전환이 제대로 됐던 디저트는 레몬 케이크. 긴 직사각형 모양의 노랗고 상큼한 레몬 케이크 맛이 아직도 혀끝에 느껴지는 것 같다. 한편 가장 충격적이었던 케이크는 알코올에 촉촉이 적셔져 있던 케이크였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니 생김새만 보고 케이크 주문을 했었는데, 예쁜 돔 모양에 색깔도 진분홍 색으로 구조적이고도 강열한 아름다움을 뽐내던 그 케이크가 나에게 반전을 선사했다. 지금 와서 보니 유럽에선 예부터 럼주와 같은 술을 디저트에 부어먹거나 아예 함께 넣어서 만드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디저트를 더욱 부드럽게 하고 풍미를 살린다는데, 아직 그 미식 수준에는 내가 못 미치는 듯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프랑스 디저트 하면 마카롱이 빠질 수 없다. 프랑스 마카롱 양대산맥은 '피에르 에르메'와 '라뒤레'인 듯하다. 먹어본 바로는 피에르 에르메는 먹자마자 입 안에서 녹아 없어지는 부드러움을 선사하고, 라뒤레는 꼬끄와 필링 모두 쫀득쫀득해서 재료 본연의 진한 맛을 맛보게 해 준다. 취향 차이겠다마는 내 쪽은 피에르 에르메였다. 한국에서는 라뒤레 스타일의 쫀득한 마카롱만 있고 피에르 에르메 스타일의 마카롱은 잘 못 본듯하다. 어느 날은 시내의 백화점 지하 코너를 둘러보고 있는데 피에르 에르메 매장에서 장미꽃 다발을 든 채 마카롱 한 박스를 구매하던 훤칠한 젊은 남성을 목격했다. 여자 친구를 주기 위해 산 마카롱의 포장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부럽다. 마카롱은 생김새도, 만드는 수고로움도, 그 맛도 의미도 참 로맨틱한 디저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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