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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Aug 03. 2021

신라면에 체다 치즈, 식빵에 누텔라

 [프랑스 교환학생기] 34. 나의 식습관 그리고 운동

나는 한식파는 아니다. 어떤 외국 음식도 잘 적응하고 맛만 있다면 한식을 먹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알아서 끼니를 모두 해결해야 했던 나는 과연 몇 대 몇의 비율로 양식과 한식을 먹었을까? 결론적으로 보면 5:5 정도인 것 같다.

 


우선 한식이라면 한국에서 챙겨간 한국 인스턴트 식품나 조림 반찬들이 많았다. 깻잎, 참치 이런 종류들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아시안마트가 한몫했다. 라면, 김치, 만두 등 꽤나 다양한 상품들이 있었고 단기간으로 체류하는 나에겐 그 정도면 충분한 한식 옵션이었다. 나는 자취인의 친구 1등인 김치볶음밥을 제일 자주 해 먹었고, 사실 나머지는 있는 반찬과 밥을 먹은 정도였다. 한국에서도 안 하던 한식 요리를 프랑스에서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양식도 사실 요리라고 하기에 부끄러운 수준의 것들이었다. 서양의 라면급이라는 파스타와 리조또가 주요 메뉴였기 때문. 소스가 요리의 90퍼센트를  했기에 때문이었다. 놀라우리만치 야채 섭취가 부족해진 나는 샐러드 믹스 봉지를 사서 종종 먹었지만 반도 먹지 못했을  샐러드 야채들은 마치  늘어진 김치처럼 이파리가 시들해지고 시큼한 맛이 났다.  비타민과 식이섬유를 책임져준 것은 역시 과일. 유럽에서 과일 쇼핑은 언제나 즐겁고 옳았다. 내가 사량하는 서양배는 정말이지 어느 디저트보다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후식이었다.


 

프랑스에 있는 동안 대체 몇 키로가 쪘을까. 몸무게에 크게 민감하지 않을 때라 내가 살찌고 있는 사실도 모를 때였다. 지금 와서 그때 사진을 보면 말을 잇지 못하겠다. 나를 뒤룩뒤룩 살 찌운 주범은 아마 크게 두 가지일 성싶다. 첫째는 라면, 둘째는 간식.


 

그때 당시 친구와 밤에 클럽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그렇게 몸과 마음이 허할  없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신라면에 체다 치즈 한 장을 올려 먹었는데 그게 습관돼서 라면을 꽤나 자주 먹었다. 그때의 나는 배부름에도 불구하고 먹는  멈추지 못하는 약한 수준의 폭식증 같은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후식으로 식빵에 누텔라를 발라 먹기까지 했었다.


 

또 디저트의 나라 프랑스인만큼 다양한 디저트들과 빵들이 내 지방으로 변환될 기회를 주었다. 편의점에서 파는 각종 푸딩이나 티라미수, 아이스크림, 과자 그리고 파티시에에서 파는 맛깔스러운 케이크들. 그리고 너무 허전하고 외로운 유학생활에 벗이 되어준 와인과 곁들이는 각종 안주들. 누가 그랬던가. 음식은 가장 값싼 욕구 해소제라고.

 


그래도 살이 찌긴 쪘다는 것을 느낀 나는 종종 방구석에서 스쿼트를 하고 갈리아의 강변을 따라 조깅했다. 갈리아의 풍경이 멋있어서 조깅하기에 최적의 조건이긴 했다. 하지만 먹는 칼로리에 비해 운동량은 현저히 낮았고 귀국했을 당시 1.5배는 커진 얼굴을 부모님께 선보일  있었다. , 그래도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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