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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Aug 07. 2021

봉쥬흐, 어흐브와, 빠흐동, 멕시, 비쥬

 [프랑스 교환학생기] 36. 프랑스식 인사


스트라스부르에선 사람들이 인사를 참 잘했다. 학교에서도 우연히 복도 같은 곳에서 눈이 마주치면 서로 "Bonjour!"하고 인사를 나눴다. 프랑스 생활 초반에는 교수님과 같이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높은 사람들을 보면 허리를 숙이거나 하다 못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외국인 학생이 많은 학교이니 그러려니 하셨겠지만, 허리 숙여 인사하고 난 뒤 밀려오는 민망함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볕 좋은 날 서로 기분 좋게 인사를 나누면 그만큼 또 생활에 활력이 되는 것도 없었다. 하루에 아무와도 대화를 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도 있었기 때문. 덕분에 인사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스트라스부르가 작은 규모의 도시여서 가능한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도 서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면 기분 좋게 인사를 나누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헤어질 때 하는 인사말은 "Au revoir"로, 직역하면 "또 봐"라는 뜻이다. 나는 특히 가게를 나갈 때면 이 말을 많이 듣고 또 했는데, 내가 외국인이어서 이 말의 뜻을 직역해서 그런지 몰라도 '또 보자'라고 하는 것이 조금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공허한 약속 같이 느껴져서 괜스레 양심이 찔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어로 치면 "식사하셨어요?"와 같이, 사실 밥 먹었는지는 그렇게 궁금하진 않지만 인사치레로 하는 그런 의미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말은 "Pardon(실례합니다)”이 아닐까. 등하교 시간 사람이 꽉 찬 트램에서, 북적거리는 가게나 길거리에서, 뭐 아무튼 조금만 미안함의 여지라도 있으면 이 단어가 튀어나온다. 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프랑스인들이 그래서 나도 저절로 그렇게 하게 되었다. 안 하면 인성이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Merci(고마워)"에 관해선 앞사람이 건물의 현관문을 잡아줄 때 가장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스트라스부르에선 꼭 앞사람이 뒷사람을 배려해서 문을 잡아주는 문화가 있었다. 사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내가 이 문을 그냥 지나가버리면 뒷사람이 다칠 수도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문을 잡아본 기억이 없는데, 여기선 모두가 그러니 나도 잡는다. 문을 잡아준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는다.


 

프랑스식 인사의 화룡점정은 "Bisou"다. 바로 프랑스식 볼 뽀뽀 인사다. 우선 나는 프랑스 친구를 사귀지 못했기 때문에 비쥬를 할 일은 없었다. 비쥬는 보통 친한 사람끼리 나누는 듯했다. 그런데 비쥬에 관해선 뻘쭘한 일화가 있다. 일전에도 언급한 내 친구의 동생과 식사를 하고 헤어지는데, 이 친구가 나와 비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며 망설이는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엄청 친한 사이도 아니고, 또 프랑스인도 아닌 그런 애매한 포지션이었나 보다. 그래도 한번 해주지 그랬어.

 


파리 같이 대도시는 다소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파리에선 거주해보지 않아 모르겠다. 스트라스부르가 우월하다는 것은 아니고, 충분히 어렵지 않은 것들은 실천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은 사실이다. 나부터도 한국에선 아파트 앞집 사람과도 인사를 나누지 않는다. 엘리베이터에 같이 타면 어색한 그 시간이 빨리 지나길 바랄 뿐. 인사하는 게 큰 힘이 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부터 반성해야겠다. 앞으로 앞집 이웃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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