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일홈 Aug 10. 2021

프랑스 신체검사장에서 브래지어 놓고 온 이야기

[프랑스 교환학생기] 37. 학생 비자(OFII) 받기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으로 체류하려면 프랑스 이민국(OFII)에서 주는 학생 비자가 필요하다. 이는 출국할 때 한국 주재 프랑스 대사관에서 받는 것과는 또 다른 것으로 프랑스에 온 이후에 발급하는 것이다. 이번 글에선 자세한 정보보다는 (사실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나지 않기도 하고, 수년 전이기에 많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학생 비자 취득 과정에서 느꼈던 점,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우선 해당 학생 비자는 프랑스에 도착한 후 꽤 지나서 받았던 것 같다. 사실 상 거의 출국 날짜와 가까웠다고 해야 하나. 뒤늦게 받은 느낌이 있었다. 학생 비자를 신청하는 일련의 과정은 내가 독자적으로 하진 않았고 학교에서 안내를 해줬거나 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인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서 했던 기억이 난다.


 

과정은 까다롭지 않았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절차가 신체검사다. 형식상으로 하는 신체검사 느낌이 났는데, 그 과정에서 폭소를 터뜨린 일화가 있었다. 검사 중 방사선 촬영을 하는 것이 있었는데, 금속이 있으면 안 됐기에 여자들은 브래지어를 벗어야 했다. 순차적으로 그 검사를 받고 있는데, 검사를 담당하던 30-40대는 되어 보이는 프랑스 여자 직원 분께서 어이없으면서도 재밌다는 표정을 지으며 꽤나 큰 컵의 브래지어를 한 손가락에 달랑달랑 들고 나오는 게 아닌가. "이거 누구 거예요?" 하며 나오는 그 모습이 그곳에 있는 모든 여자들을 폭소하게 했다. 그 속옷의 주인공은 이미 촬영을 마치고 아예 검사장을 떠나버린 한국인 친구였다. 가슴이 컸던 그 친구. 허전하지도 않았니?

 


교환학생을 오면 무조건 발급해주는 것이긴 하지만, 괜스레 내 여권에 OFII가 찍혀있으니 뿌듯함이 몰려왔다. 이곳에 오기까지 했던 고생들도 한 번에 몰려왔다. 비자를 빨리 발급해줄 수 있냐며 한국 대사관을 다시금 찾아갔던 일, 출국 비행기를 미루고 오리엔테이션도 포기했던 일, 숙소를 구하기 위해 전전긍긍했던 일 등... 타국에 체류하고 정착한다는 일이 정말 쉽지는 않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시기였다. 나는 정말 잠깐만 머물다 가는 것이지만 더 오랜 기간 체류해야 하는 사람들은 행정적으로나 여러 제반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마음고생과 일들을 치러야 할까.

 


나는 프랑스 교환학생 경험 이후로 언젠가는 꼭 외국에서 살아보겠다는 목표를 갖게 되었다. 다양한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를 나눠봄으로써 내가 살아야 하는 곳이 꼭 내가 태어난 곳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고국이 아닌 곳에서 더 행복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몸소 느꼈다. 물론 해외에 정착하여 사는 데에 필요한 조건들을 해결한다는 전제하에.


작가의 이전글 봉쥬흐, 어흐브와, 빠흐동, 멕시, 비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