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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Aug 24. 2021

프랑스에서 겪은 최악의 인종차별?

[프랑스 교환학생기] 43. 유럽에서의 인종차별


내 체류기간이 길진 않지만, 그래도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것이다. 또 나는 인종차별이라는 것에 둔하기도 했다. 그래도 인종 차별 경험이 없지는 않았는데, 내가 겪었던 크고 작은 인종 차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선 가장 심했던 경험은 한국인 친구와 가장 자주 가던 스트라스부르의 동네 클럽에서 일어났다. 그곳에서 어김없이 친구와 놀고 있는데, 새하얀 피부에 금발 머리를 가진, 십 대 중반 정도로나 보였던 남자애가 나에게 다가왔다. 귀공자처럼 잘생긴 외모였다. 하지만 그 아이가 하던 짓은 그 반대였다. 갑자기 내 턱 아래를 마치 강아지를 간질이듯 간질이고 나서, 자기 친구들과 함께 비웃는 투로 깔깔대는 것이 아닌가.

 


당연히  당시에는 상황 파악도  될뿐더러 너무 당황스러워서 재빨리 자리를 피했지만,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뒤늦게서야 분노가 차올랐다. 나보다 나이도 훨씬 어려 보였는데, 나를 얼마나 만만하게 생각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아니라 '동양인 여자' 만만하게  것일 것인가? 나를 유기견 괴롭히듯 했던  사건이 내게 가장 기분 나빴던 인종차별 경험이다.

 


친구가 겪었던 심한 인종차별 중 하나는 거리에 흑인과 마주치면서 일어났다. 친구는 그냥 길거리를 걷고 있을 뿐이었는데, 지나가던 흑인 남자가 뜬금없이 내 친구에게 욕을 지껄인 것이다. 친구도 한 성깔 하는지라 그 흑인에게 욕으로 받아쳤다고 한다. 나는 이런 트러블이 생겼을 때 싸워봤자 나만 위험해지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타입인데, 그 친구가 참 존경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참 아찔하기도 했다. 그 사람이 폭력이라도 행사했으면 어떡한단 말인가.

 


이외에 길거리에서 "니하오", "곤니치와"는 수도 없이 들었다. 오히려 파리나 런던 등 대도시보단 스트라스부르에서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중국어, 일본어 인사가 인종차별인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어쨌든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을 때는 자전거에 타고 있던 사람이 나에게 욕을 퍼부은 적이 있다. 속수무책으로 나는 가만히 욕을 먹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보통 인종차별을 당하는 이유가 첫째로 외모적으로 유약해 보이고, 둘째로  나라 언어를 못해서임을 꼽는다. 한마디로 만만해 보인다는 . 인종차별은 유럽에서만이 아닌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어느 국가에서든 발생하는 보편적인 문제다. 비단 인종차별뿐 아니라 약자로 보이는 이들에게 자신이 우월하다 인식하며 존재하지도 않는 권위를 내세우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치졸하고 추한 짓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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