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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Sep 14. 2021

교환학생의 시험 기간은...

 [프랑스 교환학생기] 52. 시험 기간


시험기간이라고 특정된 기간은 없었다. 수업의 개강 종강이 모두 다르고, 시험 일자도 모두 다르기 때문. 그래도 학기말 즈음이 되면 수업이 모두 마무리되고 시험을 보는 시기이긴 하다. 나에게도 시험 기간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그동안 절대 하지 않았던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공부는 뒷전이었다. 왜냐하면 교환학생에서 취득한 성적은 성적에 산입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낙제만 받지 않으면 어떤 학점을 받든 상관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노는 데에 집중을 했고... 아니 공부가 매우 하기 싫었고 하지 않았다. 그래도 낙제를 받지 않기 위해 해야 하는 최소한의 것들은 해야 했다. 과제나 최소한의 시험 범위 공부나, 팀 프로젝트 같은 것들이었다.

 


과제나 팀 프로젝트는 틈틈이 수행하던 것들이었다. 학교 컴퓨터는 왠 이상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쳐야 사용할 수 있었는데 사용할 수 있기까지도 많은 고난이 있었다.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선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쉽지 않아 누군가의 손길이 꼭 필요한 어린아이가 된 것만 같다. 팀 프로젝트도 한국인들끼리 팀이었던 것이 있고 외국인과 한국인이 섞여 있던 팀이 있었는데, 어찌 됐든 한국인이 무조건 껴있어서 내가 크게 할 일이 없었다. 아니 내가 무능력했다는 편이 맞겠다.

 


시험 범위라고 주어진 자료들은 많지가 않다. 대체로 교수님이 판서로 수업을 진행하거나, PPT를 사용했는데 그 자료를 올려주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게 자료가 없는 과목은 공부를 포기하기에 이르게 된다.

 


그래도 집에서 처박혀 공부를 하려고  보는데 유혹의 손길이 뻗친다.  번은 중국인 친구들이 여행을 가자고 했던 일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차피 시험도 망할 예정이었는데 친구라도 사귀었어야 한다.  번은 한껏 우울해하며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 공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문을 두드려서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 알고 보니 나의 한국인 친구가 내게 같이 자전거를 타자고 방문한 것이었다. 나는 공부 때문에 이를 거절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냥 차라리 자전거나 타며 스트라스부르의 정취를 기는 편이 나았을지도.



도서관에서 공부한 적도 있다. 도서관은 언제 어디서든  좋은 공간이고 내가 사랑하는 공간이다. 스트라스부르의 도서관도 마찬가지였다. 오래된 책과  책이 어우러진 펄프의 냄새, 오래된 나무 책장과 책상이 주는 퀴퀴한 나무 냄새, 조용하게 들리는 사람들의 움직임 소리, 무언가에 집중하기에 좋은 밝고도 은은한 조도.  모든 것이 한데 모였을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사랑한다. 도서관의  분위기는  사랑스러운데. 공부는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문제다.



혹시 내 시험 성적이 궁금한 사람이 있더라도 내게 묻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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