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일홈 Sep 10. 2021

프랑스의 술 : 블랑 맥주부터 히슬링 와인까지

 [프랑스 교환학생기] 51. 스트라스부르의 술


교환학생 생활 동안 술은 나와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원래도 술을 싫어하지 않는 편이지만, 교환학생 기간 동안 외로움을  이길 때마다 술은  유일한 친구가 되어줬다. 그래서 마트에  때면 항상 주류 코너를 눈여겨보곤 했고, 이렇게 하나   마신 양을 헤아려 본다면  양이 꽤나 상당할 것이다.

 


살면서 맥주 한번 안 마셔본 사람이 있을까? 맥주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접근성 좋고 만만한 주류 중 하나다. 교환학생에게도 마찬가지다. 슈퍼나 마트에 갈 때마다 만만하게 집는 것이 바로 맥주다. 우선 유럽은 우리가 흔히 편의점에서 보는 355ml의 캔맥주가 잘 없다. 모두 500ml 이상이다. 이들의 맥주 사랑을 알 수 있는 대목 중 하나다.



사실 나는 스트라스부르 맥주에 관해 뒤늦게 재미있는 사실을 접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 최애 맥주는 크로넨부르 1664 블랑이었다. (현재는 하도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나와서 새로운 맥주를 먹기에도 벅차기 때문에 하나의 맥주를 고집하지 않는다.) 맥아 특유의 향이 강하지 않고 상큼한 레몬맛으로 부드럽게 마무리되어 좋아했던 맥주다. '블랑'이 들어가서 프랑스 맥주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스트라스부르산 맥주였다.

 


사실 프랑스는 맥주 시장에서는 힘을 못 추린다. 주변의 독일, 벨기에와 같이 힘센 친구들이 많기도 하고, 프랑스는 아무래도 와인에 더 집중하는 듯하다. 독일에선 맥주가 가장 사랑받는 술이라면 프랑스에선 그 자리를 와인이 차지하니까. 크로넨부르 블랑을 즐겨마시던 와중에 검색을 해보니 스트라스부르에 공장이 있는 크로넨부르가 프랑스 맥주 중에선 그나마 글로벌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은 역시 스트라스부르와 나의 운명을 증명해주는 것인가. (인간에겐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흔한 사건의 나열을 실로 꿰매듯 연결 짓는 능력 혹은 저주가 있다.) 맥주 공장 투어라도 갔어야 하는데. 그럼 더 아는 척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요즘은 편의점에서 만 원에 네 캔으로 블랑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에선 흔하지 않을 때가 더 매력적이었는데...

 


맥주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다. 다음은 와인이다. 나는 프랑스에 온 김에 최대한 많은 와인을 먹고 가자고 작정했다. 그러나 어쩌나. 나는 와인 문외한이다. 뭐가 뭔지 모르는 채로 와인을 마셔온 나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런던의 서점에서 와인 관련 책도 샀다.


 

나는 프랑스 와인에 관해선 보르도와 부르고뉴만 막연하게 알고 있었다.. 알자스 지방만 해도 실바네(Sylvaner), 피노 블랑(Pinot Blanc), 히슬링(Riesling), 뮈스카 달자스(Muscat d’Alsace), 토케 피노 그리(Tokay Pinot Gris), 게부르츠트라미너(Gewurtztraminer)와 같은 화이트 와인 생산지로 유명하다. 어쩐지 마트에서 히슬링이 그렇게 많이 보이더라.


 

총알이 부족한 유학생인 나는 사실 와인이 만 원만 넘어가도 쉽게 사 먹지 못했다. 게다가 난 친구가 없는 교환학생이었기에 와인을 한번 까면 혼자서 다 마셔야 했다. 그래서 비싼 와인을 사기도 애매했다. 또, 알자스 지방 와인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알자스 지방은 사실상 독일 지역과 비슷하게 분류되는데, 프랑스 남부나 이탈리아 등과 달리 위도가 높은 편인 이쪽 지역은 주로 산미가 있는 와인이 생산된다. 게다가 알자스는 독일에서 생산된 것들에 비해 훨씬 드라이하게 제조한다고 한다. 나는 주로 와인을 간단한 안주와 마셨으니 이런 산미가 있고 드라이한 와인은 맞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페어링을 잘못해놓고 와인 탓을 하다니. 사람이 무식하면 이렇다.

 


한편 와인 공부하기에 최고의 학교에 갔으면서도 이를 활용하지 못한  자신이 안타깝다. 실제로 학교에 'Wine marketing' 관한 과목이 있었다. 한국 학점으로 매칭  과목이 없다고  들었는데, 교환학생을 온다면 이런 수업을 듣는 것이 인생에 훨씬 유익한 경험인  같다. “ 프랑스에서 와인 마케팅 듣고  사람이야하면 얼마나  나는가. 와인은 대형 회사에서 대량 공급하는 술이 아닌, 수많은 지역에서 다양한 품종으로 유통되기에 어렵게 느껴지는 술이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어려운 술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술이라고 하는  맞는 표현 같다. 히슬링을 다시 마시기 위해서라도 스트라스부르로 다시  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부티크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