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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Sep 16. 2021

두 번의 환승, 새벽 기차... 로마의 아침을 맞는 법

 [프랑스 교환학생기] 53. 로마로 가는 여정


나의 로마행 열차 여정은 험난했다. 두 번을 갈아타야 했는데 두 번 다 쉽지가 않았다. 첫 번째 여정은 스트라스부르에서 스위스 바젤까지. 바젤은 유럽 기차 여행의 고속터미널 같은 곳으로 굉장히 많은 기차들이 정차하며 그만큼 환승이 많은 곳이다. 게다가 프랑스, 스위스, 독일 3개국의 국경을 접하고 있어 까딱 잘못했다간 예기치 못한 나라로 진입할 수가 있다. 여타 국경처럼 삼엄한 절차나 경비가 도사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안내문이 전부이다. 나도 어리바리하게 걷다가 하마터면 스위스 땅으로 아예 넘어갈 뻔했다.

 


스위스 난민이 될 뻔한 위기를 모면하고 겨우 스위스 기차로 갈아탔다. 스위스 기차는 내가 유럽에서 탔던 기차 중에 제일 좋았던 것 같다. 기차가 새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굉장히 시설이 깔끔하고 쾌적했다. 게다가 사람도 거의 없어서 혼자 여유롭게 기차 칸을 사용할 수 있었다. 나는 너무 쾌적해서 소름 끼칠 정도의 스위스 기차에서 깊은 밤이 될 때까지 덜컹덜컹 실려 가야 했다. 유럽 기차 여행을 혼자 할 때의 최대 단점은 잠을 마음 놓고 자지 못하는 것이다. 짐을 도둑맞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불안해서 잠도 안 온다. 나는 그렇게 자는 것도, 깨어 있는 것도 아닌 채로 기차에 몸을 싣고 출렁출렁 가고 있던 와중에 기척을 느껴 눈을 부릅떴다. 이는 다름 아닌 스위스 군인인지 경찰인지가 탐지견을 데리고 기차를 순찰하고 있는 것이었다. 전쟁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위협적인 광경이 내 눈앞에 나타나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왠지 가슴이 오그라들고 쿵쾅거리는 것이 어제 들어야 할 수업을 무단결석한 것이라도 실토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다행히 그들은 내게 눈길 한번 안 주고 내 옆을 지나갔지만.

 


그렇게 무난히(?) 스위스 기차를 타고 바젤에서 두 번째 경유지인 밀라노에 도착했다. 하지만 고행의 시작은 밀라노부터였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도 소매치기와 각종 여행객 대상 범죄로 유명하다. 나는 밀라노역에 내렸을 때 한국인으로부터 밀라노역에서 지하철표를 뽑으면 옆에서 기다렸다가 잔돈을 훔쳐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시작부터 겁을 먹었다. 나는 불행히도 내가 내렸던 밀라노역에서 또 다른 밀라노역으로 가야 로마로 향하는 기차로 갈아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지하철이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다른 밀라노역으로 이동할 수 있던 것이다.

 


잔돈 도둑들의 이야기에 겁먹어서인지, 나는 밀라노역에 내려서 패닉에 빠졌다. 시간도 굉장히 늦은 때였다. 프랑스가 아니어서 와이파이를 사용하기도 힘들었다. 나는 다행히도 프랑스에서 미리 구글 지도로 경로 검색한 것을 프린트해왔다. 그런데 다시 지도를 펼쳐 드니 다소 당황스럽다. 그렇다. 나는 지하철이 아니라 걷는 경로를 검색해온 것이다. 지하철 타는 것도 무서워진 마당에 나는 종이 지도에 의존하며 캐리어를 끌고 걸어가 보기로 결심한다. 역 문을 박차고 나오니 넓디넓은 밀라노역 광장이 날 맞이한다. 이 상황에서 더 무서운 것도 없어진 나는 용기를 내어 젊은 남자에게 길을 물어 겨우 밀라노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내가 구글에서 찾아놓은 길은 평범한 길이 아니라 터널 아래 차도  쪽길을 가고, 여러  길들을 지나야 하는 험난한 경로였다. 중간중간에 골목도 있어서 꽤나 위험했고 실제로 남성 무리들이 우르르 지나갈  가슴을 졸이며 땅만 보고 빠르게 걸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겁도 없었다. 그곳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꾸역꾸역 걸으며 드디어 목적지가 눈앞에 가까워졌을 때 얼마나 안도감이 찾아오던지. 나는 그렇게 대범하게도 밀라노 밤거리를 캐리어를 끌고 활보하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다른) 밀라노역에 도착해서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어떤 기차를 타야 하는지 헷갈리는 것이다. 모든 유럽연합 국가들은 시인성 있는 기차역 안내판을 당장 도입하길 촉구한다. 기차 잘못 타서 다른 나라로 가면 책임질 것인가!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전전긍긍하다가 구세주 같은 역 직원을 발견해 내가 타야 할 기차를 찾을 수 있었다.

 


기차를 타면 이제  마음 놓고 쉬겠거니 했는데기차 꼴은   이렇단 말인가. 나는 표를 예매할  별생각 없이 야간 기차를 끊었는데 알고 보니 기차  칸에 6명이 거의 욱여넣어진 꼴로 새벽 시간을 버텨야 하는 것이었다. 닭장 속의 닭이  기분이었다. 옆으로는  사람 어깨와 팔뚝을 통해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고, 앞으로는 앞사람과 끊임없이 무릎이 부딪히는 바람에 무릎이 모두 갈리는  알았다.  상황에서 억지로 잠을 청해 어서 빨리 내일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래도 이날의 여정이 너무 피곤했는지 생각보다 빠르게 곯아떨어져 버렸고, 중간에     것을 제외하곤 시간흘렀다. 마지막으로 눈을 뜨니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고 비로소 로마의 아침을 맞이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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