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환학생기] 56. 로마3
오늘은 로마 여행에서 한숨 돌릴 수 있는 날이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SNS에 여행 소식을 올렸더니 대학 선배가 피자 맛집을 알려줬다. 바페토 피자집이라고 피자 위에 수란이 올라가는 것이 특징인 피자집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수란 피자와 이탈리아어로 양말이라는 뜻을 지닌, 우리나라의 만두와 같은 음식인 깔조네를 맛있게 먹었다. 다음 일정은 쇼핑. 목표는 산타마리아노벨라이다.
이 산타마리아노벨라라는 브랜드는 수도승이 만든 약국이 시초다. 1216년 성 도미니크가 피렌체에 설립한 도미니크 수도원의 정원에서 약초를 키워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한 연고 등 상비약을 만들었고, 이것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의 시초가 됐다고 한다. 이곳에서 제조된 약은 효능이 널리 알려졌으며 현재에도 수도승들의 전통을 계승하는 제조법을 고수하고, 피렌체에서 나는 재료들만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선 고현정 화장품으로 알려졌던 듯하다.
사실 나는 알지도 못했던 브랜드인데, 이런 신문물에 박식한 내 친구가 나를 이곳으로 이끌고 가 이것저것 구입해보게 되면서 알게 된 브랜드다. 나는 친구들에게 선물할 비누를 몇 개 사고 내가 사용할 헤어트리트먼트를 구입했다. 나는 그 이후에도 이곳에서 종종 향수나 다른 제품을 사모으게 되었는데, 그 첫 번째 이유가 향이 인공적이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맡아도 머리가 아프지 않고 자연스럽게 기분이 좋아지는 향이 난다. 현지에서 사는 것이 훨씬 싸서, 유럽 여행을 가는 사람이 있으면 꼭 구매대행을 부탁한다.
우리는 즐거운 쇼핑을 마치고 전시를 보러 갔다. 바로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전이다. 마침 로마 시내 곳곳에서 프리다 칼로전을 홍보하고 있었고, 미술 작품 감상을 좋아하는 우리는 이견 없이 전시회 관람을 결정했던 것이다. 줄이 꽤나 길어서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렸다. 그래도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면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던 전시였던 것 같다. 우선 작품 수가 정말 많아서 풍부한 감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전시회에서 프리다 칼로라는 화가를 처음 알게 되어 그녀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었는데, 추후에 미디어에서 프리다 칼로에 대해 접하게 되고 이 화가에 대해 찾아보게 되니, 그녀의 기구했던 삶과 작품들이 뒤늦게서야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그녀의 삶에 비하면 상피적 수준의 이해에 그치겠지.
우리는 전시 관람을 마치고 당이 떨어져 파씨를 찾아간다. 드디어 3대 젤라또 맛집을 모두 정복했다. 그런데 파씨 스토어가 로마와 서울에 이렇게 총 두 군데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왠지 모를 실소가 나온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로마의 길거리를 바라본다. 내가 느끼기론 내가 방문한 유럽 국가 중엔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장 활기차 보이고 행복해지는 미소를 띠고 있다. 키는 그리 크지 않지만 멀끔한 수트를 차려입은 이탈리아 남자들은 느끼한 눈빛과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 미소를 장착한 채 양손은 바지 앞주머니에 꽂고 거리를 활보한다. 체격 좋은 이탈리아 수녀님들은 함박웃음을 띄며 동료들과 활기찬 대화를 나누며 이탈리아 골목을 지난다. 어린아이들은 두 말할 것 없다. 이탈리아의 햇살 아래 빛나는 보송보송한 솜털의 개수만큼이나 장난기가 그득하다. 민박집에서 컵라면을 득템했다. 따땃해진 마음을 안고 이제 피렌체로 향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