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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Sep 24. 2021

꽤나 흥미로운 도시 피렌체

[프랑스 교환학생기] 57. 피렌체1


피렌체는 로마에 비해 훨씬 아기자기하고 예쁘장한 얼굴의 도시였다. 피렌체의 면적은 서울의 1/6 수준에 인구는 40  정도다. 로마에서 소매치기에 떨고 차에 치일 뻔한 위험에 시달리다가 피렌체에 오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우리는 어슬렁어슬렁 시뇨리아 광장을 둘러보고 피렌체의 명문가로 알려진 메디치 가문의 궁전으로 향했다. 메디치 가문은 13세기에서 17세기까지 피렌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가문인데, 특히 예술과 인문을 융성하게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는 메디치 가문이 기증했다는 우피치 미술관을 관람하기로 했다.

 


우피치 미술관에는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카라바조 등 어마어마한 거장들의 작품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한 자리에 모여있다. 미술 전문가까진 아니지만 작품 감상을 꽤나 사랑하는 나로선 눈이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우피치 미술관의 메인 선수는 보티첼리의 '봄과 비너스의 탄생'.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 봤을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비너스의 머릿결이 문자 그대로 빛이 나고 있다. 비너스의 표정이 유독 인상적이다. 봄의 탄생과 동시에 봄이 가버릴 것이란 걸 안다는 듯한 멜랑꼴리한 표정이 어딘가 유혹적이다. 인쇄물이나 화면으로만 그림을 보는 것과 실제 작품을 맞닥뜨리는 것은 역시나 다른 차원의 것이다. 마치 미술 작품과 내가 대면한다는 기분으로 1-2분 정도로 바라보고 있으면 작품이 내게 말을 걸 듯이 내 안에 무언가를 던져준다. 그러면 나는 이제 그것을 가지고 한참이나 감탄도 하고 비판도 하며, 몇 날 며칠을 갖고 노는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법칙을 거스른 우리는 굶주린 배를 이기지 못하고 미술관 막바지에서는 관람 속도가 빨라졌다. 겨우겨우 관람을 마친 우리에게 당장의 보상이 시급했다. 우리는 피렌체에서 유명한 티본스테이크를 먹기로 한다. 티본스테이크란, T 모양의 척추뼈를 세로로 잘라서 생긴 데서 나온 이름으로, 척추를 중심으로 아래위로 안심과 등심이 나뉘기 때문에 비싼  부위를  번에 먹을  있는 별미라고 한다.

 


나는  티본스테이크 집에서 해석해볼 만한 장면을 목격한다. 우리  테이블에 아주 멋들어지고 깔끔하게 차려입었으며 머리 포마드로 단정하게 가르마를   남자가 식사를 하고 있다.  명은 서양인이고  명은 동양인이다. 그런데  둘은 식사 중에 대화도 전혀 하지 않고 표정도 아주 무뚝뚝하다. 대체 무슨 사이일까 호기심이 인다. 그런데 식사 내내 전혀 대화를 하지 않아서 어떠한 단서도 찾기가 어려웠다. 나는  둘이 커플이지만 싸웠거나 아니면 철저히 비즈니스 관계  하나일 거라 예측한다. 피렌체는  예상보다  흥미로운 도시임이 틀림없다.

 


우리는 어떤 종탑  군데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지친 몸을 쉬이기 위해 민박집으로 돌아가 로마 민박집에서 받아온 컵라면을 섭취했다. 돌이켜 보면 피렌체 민박 집도 인상 깊었던 민박집   군데로 꼽히는데, 민박집이 깔끔하고 널찍했던 점이  번째고  번째는 유쾌하고 친근한 민박집 사장님 때문이었다.  사장님은 피렌체에서 유학을 하시다가 아예 피렌체에 눌러앉게  젊은 남자 사장님이었는데, 우리가 묵는 동안은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셋이서 친구처럼 지냈다. 사장님께서는 피렌체에 관한 정보부터 본인이 아는 연예인 가십 이야기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우리에게 해주었다.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 하우스 와인을 마시며  관한 가십을 이야기하는 피렌체의 . , 로마에서   레몬  리몬첼로도 곁들였다.

 


우리 셋은 취기를 안은 채로 미켈란젤로 언덕을 올라가기로 한다. 미켈란젤로 언덕은 피렌체의 야경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나지막한 언덕을 산책 삼아 올라가는데  위의 나뭇가지들이 아래로 드리워져 그늘을 이루는데 제법 운치가 있다. 가족단위부터 친구, 연인까지 피렌체의 사람들이 이곳을 산책 삼아 오는 듯했다.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편안했다. 과하지도 않고 밋밋하지도 않아서 스트라스부르가 떠오르기도 했다. 나를 압도하는 도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심심한 도시도 아니었다. 다른 한국인 언니는 피렌체 펍에서 '존잘' 이탈리아인을 만났다던데. 내게 그런 일이 생기진 않더라도 피렌체는 이미 충분히 매력적인 곳으로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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