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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Oct 08. 2021

반죽음 상태의 여행자 그리고 잘츠부르크

[프랑스 교환학생기] 66. 잘츠부르크


잘츠부르크는 서울의 1/9 정도의 면적에 인구는 15만 명 정도다. 빈에서 모차르트의 도시 잘츠부르크로 넘어오는데 기차로 두 시간 정도가 걸렸다. 잘츠부르크로 향하는 동안 감상한 차창 밖 풍경이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본 풍경 같이 목가적이다. 눈은 즐거웠지만 온 몸이 흠씬 두들겨 맞기라도 한 듯 무겁다. 여행은 역시 체력전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게다가 월경까지 터졌다.

 


잘츠부르크를 오니 날도 춥고 비도 으슬으슬 온다. 딱 숙소에서 쉬고만 싶은 날이다. 그래도 잘츠부르크에서 유명한 마을 할슈타트에 가보자고 몸을 일으켰다.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마을 할슈타트는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할슈타트는 자연경관뿐 아니라 역사적 가치가 유명하다. BC 2000년부터 형성되었던 전 세계 최초의 소금광산으로 유명하며, 이를 통해 얻은 경제적 풍요로움을 바탕으로 BC 1000년부터 BC 500년의 철기 문화가 나타났다고 한다. 그래서 잘츠부르크 (Salt+Castle)이라는 지명도 탄생했나 보다. 마을의 아름다움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도 등재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호스텔 리셉션의 여자 직원이 할슈타트에 가기엔 시간이 좀 늦었다고 한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어서 그녀에게 팁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국 할슈타트를 포기한 우리는 시내를 구경하기로 하고 버스를 탔다. 그런데 역시 오늘은 안 되는 날인가. 버스도 반대 방향으로 타버렸다. 비는 오고 날은 춥고… 정신이 거의 혼미해지고 있는 중이었다. 헛웃음과 실없는 농담이 번갈아서 나온다. 미라벨 정원에 내렸는데 너무 추워서 결국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피신해버렸다.

 


가이드북에 나온 식당에 갔는데 나쁘지 않았다. 이곳에서 독일식 돈가스라고 할 수 있는 슈니첼을 먹었다. 밀대 같은 것이 함께 나왔는데 용도는 알 수 없었다. 배가 차니 그나마 몸이 나아졌다. 잘츠부르크 시내, 사실 시내라고 하기엔 규모가 작다, 아무튼 거리를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즐겼다. 유럽의 소도시들은 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면 도시가 거의 반죽음의 상태가 되는 것 같다. 거리엔 차도 없고 사람도 없다. 오래된 건물들은 비를 맞아 한껏 음울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오스트리아는 이런저런 공예 제품으로 유명한 듯한데, 공예 제품을 구경할 만큼의 컨디션도, 분위기도 아니었기에 급하게 숙소로 돌아와 버렸다.

 


우리 호스텔의 방은 6인 1실이었는데, 미국 여자애들이 사운드 오브 뮤직 음악을 틀어놓고 한바탕 떠들어대서 조금 짜증이 났다. 아무래도 난 시끄러운 부류들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숙소는 나름 깔끔하고 아늑해서 만족스러웠다. 밤에는 월경에다 변비도 있어서 잠을 좀 설쳤다. 하지만 미처 다 보지 못한 글루미 선데이를 감상하고, 비포 선셋도 다시 감상하고 나서야 비로소 아늑하고 충만한 밤이 되었다.

 


다음 날 아침, 호스텔에서 조식을 먹었다. 빵과 시리얼 등이 전부였지만 뱃속에 허겁지겁 집어넣었다. 어서 스트라스부르로 가길 열망하는 마음이 일었다. 지금은 뮌헨을 지나가는데, 피곤할 때마다 지나가서 애증의 도시처럼 느껴져 버린다. 옆엔 건장한 독일 남성이 신문 여러 개를 뒤적이며 빵을 먹고 있다. 이제 다시 프랑스로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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