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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Oct 09. 2021

출국 전 절차, 프랑스 은행원에게 혼나기

[프랑스 교환학생기] 67. 은행 계좌 닫기


아직도 BNP Paribas에서 나에게 메일이 온다. 귀찮아서 한 번도 열어보지 못했는데... '당신의 계좌를 당장 어떻게 하지 않으면 프랑스 출입국을 평생 거부하겠다'와 같은 내용일까 봐 조금 무섭긴 하다. 자고로 치과 가기와 메일 열기는 뒤로 미루는 거랬다.

 


부모님께서는 BNP Paribs 계좌로 국제 송금을 해주셨다. 그런데 사실 지금 생각하면 좀 쓸데없는 행위였다. 한국에서 발급한 비자나 마스터카드 겸용인 카드를 이용하면 될 일이었다. 그래서 통장을 아예 개설하지 않은 친구들도 있었다. 물론 프랑스 은행 계좌가 있으면 현금 인출이 용이하고 수수료가 덜 들긴 할 것이다. 가끔 BNP Paribas 홈페이지에 로그인해서 잔액을 확인하곤 했다. 참 보기 힘들었던 홈페이지 웹디자인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래도 외국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이용해 보는 것도 내겐 좋은 인생 경험이 됐던 듯싶다.


 

제일 무서울 때는 돈이 없을 때였다. 한 번은 수중에 현금이 하나도 없는데 현금인출기에서 인출이 안 되는 것이다. 프랑스 은행엔 언어가 안 되니 물어볼 도리가 없었고, 한국에서 부모님이 한국 은행에 물어봐주셨는데 그쪽에서도 실상 별 도움이 안 됐다. 그 나라에서 살아남으려면 언어를 해야 하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어찌어찌해서 해결이 됐는데, 돈이 수중에 없던 그 시간 동안은 얼마나 두려움에 휩싸였는지 모른다. 연고 하나 없는 타국에서 거지가 된다고 생각하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제 출국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계좌를 닫을 차례다. 개설한 계좌를 닫지 않고 떠나는 유학생들이 많다고 들었다. 프랑스 계좌는 마이너스 인출이 자유로웠다. 통장에 잔액이 없어도 현금 인출이 그냥 된다고 한다. 그래서 마이너스 통장을 남긴 채 떠나는 유학생들도 있다고 했다. 그럴 경우 프랑스 재입국 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 같은데 나는 겁쟁이기에 그런 선택지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어쨌든 프랑스를 떠나기 전 계좌를 닫으러 다시 은행을 찾았다. 날 응대해 주던 여자 직원은 동양인 체형에선 나올 수 없는 엉덩이를 갖고 있었다. 시선이 저절로 특정 부위로 향한다. 그 여자 직원에 의해 나는 또다시 이전에 계좌를 개설할 때 만났던 그 남자 직원과 조우하게 되었다. 계좌를 닫는데 그 남자 직원의 말투가 싸늘했다. "6개월은 있는다고 하지 않았니?"라고 하는 것이다. '나도 그럴 줄 알았지...' 나는 생각보다 빨리 떠나게 된 것이다. 계좌를 유지하는 기간도 중요했던 거니? 몰랐는 걸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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