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10년을 이어갈 수 있게...
돈가스인가 돈가스가 아닌가
00 대학교에 돈가스를 좋아하는 학생들의 친목 동아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학교 앞 돈가스집에 퓨전 돈가스 신메뉴가 출시됩니다. 그런데 동아리 구성원들 사이에서 그것이 과연 ‘돈가스인가 돈가스가 아닌가’로 논쟁이 벌어졌고, 급기야 투표가 진행되기에 이릅니다. 정통 돈가스 파의 승리!
개방과 다양성을 외치던 신메뉴 옹호파도 투표 결과에 승복하며 사건은 일단락....... 되는 줄 알았으나! 문제는 정통파 안에서 터집니다. 치킨가스, 생선가스, 피자가스 등의 변조 돈가스들이 새롭게 논쟁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결국 정통파 안에서 분란이 끊이지 않다가 동아리는 해체 수순을 밟게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
다사다난 지난날들
최근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 ‘00대 돈가스 동아리가 해체된 사연’이라는 제목의 이미지가 하나 올라왔습니다. 킬킬 웃다가 결국 씁쓸해지는 이유는, 살다 보니 이런 일들이 삶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안학교 현장에서 일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삶의 변화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열두 살 아이로 만났던 학생이 지금은 옆에서 함께하는 동료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오래 함께하던 교사들은 완전히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나기도 했습니다. 학교의 터전을 옮기는 이사를 여러 번 겪었고, 처음부터 새로 학교를 만들기도 했으며, 그러던 중 이전에 일했던 학교가 아예 문을 닫게 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도 전해 들었습니다.
돌아보면 뭐 하나 순탄했던 적이 없습니다. 돈가스 동아리가 해체 수순을 밟으며 겪은 고난과 슬픔에 비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나 보면 논쟁거리도 아닌 일로 분란이 일어 눈물 바람으로 겪어낸 나날도 많았습니다.
왜 10년이나 계속하신 거예요?
‘왜 10년이나 계속하신 거예요?’라는 질문을 요즘 들어 자주 받습니다. 그 ‘왜’가 이유와 목적을 묻는 것인지, 아니면 ‘어쩌다가’ 지금까지 하고 있는가를 묻는 것인지 구분해야겠지만, 아무튼, 시작할 때의 그 이유 단 한가지로 변함없이 이어져 왔다면 오히려 계속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교육에 대해 진지하고 싶었던 마음과 달리, 학생보다 더 학생 같다는 소리를 들으며 칠렐레 팔렐레 해맑던 저였지만, 교육학 책에서는 보지도 못한 사례들을 만나며 고민의 내용도 방향도 수없이 변화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교육의 역할에 대해서도 학교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그때와 다른 새로운 고민을 하며 바라보게 됩니다. 지금의 고민이 그냥 맨바닥에서 나온 것이 아니듯, 오늘의 실천이 또 내일의 고민을 위한 새로운 디딤돌이 될 것을 압니다. 듀이가 말한 ‘경험의 재구성’을 저 스스로 겪으며 사는 셈입니다. 공동체 역시 그렇게 역동적인 과정 안에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라 믿습니다.
앞으로의 10년도 계속하기 위해
세상은 늘 변화한다는 식상한 말을 하며 살지만, 지난 한 해를 돌아봤을 때 변화는 둘째치고 세상이 통째 뒤집히는 것도 순간이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다시 우리의 삶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고 맙니다. 계획도 쓸모없게 되어버리는 시절을 겪다 보니, 무언가를 고집하다 부러지지 않기 위해, 아무렇게나 휘청거리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애를 쓰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다시금 지킬 것이 뭔지 질문하는 동시에 새롭게 받아들이는 마음은 활짝 열어놓는 것이 정말 필요하구나 싶습니다. 그렇게 할 때, 나 자신도, 내가 속한 공동체도 모두 건강하게 이어져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늘 그렇듯 아마 앞으로의 10년도 계속 다사다난할 것입니다. 새로운 일들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며 더 열심히 고민하고 실천하겠습니다.
* 교육공동체 벗 <오늘의 교육>의 '10주년, A4 1쪽 프로젝트' 참가 글을 수정보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