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이수 Mar 04. 2024

영어학원과 계절

각자 자신만의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온도로, 일기예보로, 다른 사람의 옷차림으로, 계절 한정 메뉴로, 24 절기로, 식물로 등등 여러 방법들을 통해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를 느낄 것이다. 나는 계절의 변화를 낮과 밤의 길이로 느낀다.


나는 계절의 변화를 느낄 때면 치열했던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내가 처음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된 것은 영어학원에서였다. 원어민 영어학원이 유행이었던 그때 나도 원어민 영어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사실 지금 와서 어릴 때 처음 원어민하고 영어로만 대화해야 하는 게 어땠냐고 무서웠냐고 힘들었냐고 물어본다면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생각해 보면 영어학원을 다닐 때에는 숙제도 하기 싫고 시험 볼 생각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게다가 내 영어실력은 처참했기에 매번 맨땅에 헤딩하며 배워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친구들과의 추억, 원어민 선생님과의 추억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만 가득이다.


영어학원은 여섯 시부터 열 시까지 했는데 딱 해가 지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영어 학원 셔틀버스를 타고 가면서 해가 점점 늦게 지고 점점 빨리 지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그때 겨울은 밤이 길고 여름은 낮이 길다는 것을 배웠다. 점점 밝아지는 걸 보며 봄이 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생긴 습관이었는지 영어학원을 갈 때마다 생각해서 그런지 영어학원을 안 다닌 지 10년이 된 지금도 낮의 길이로 계절을 구분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