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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민 Mar 31. 2018

"강백호 오늘 홈런 쳤어요?"

괴물 신인이 아니라 그냥 괴물

1930~40년대의 미국인들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오늘 조 디마지오가 안타를 쳤나요?”라고 인사했던 것처럼 요즘 친구끼리 이런 인사를 한다.


“오늘 강백호 안타 쳤어?”

“오늘 강백호 홈런 쳤어?”


그만큼 시즌 개막 후 1주일 동안 강백호가 KBO리그에 일으킨 센세이션이 상상을 초월했다.


물론 강백호의 활약은 시범 경기를 통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 대부분의 투수들의 구속과 컨디션이 100%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타자들의 성적이 다소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시즌 개막 전에 강백호의 성적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하지만 강백호는 본인의 프로 데뷔 경기였던 3월 24일 기아전에서 헥터 노에시를 상대로 홈런을 기록하며 본인의 진가를 입증했다. 이 홈런은 본인의 데뷔 첫 타석에서 기록한 데뷔 첫 안타, 홈런이자 2018 시즌 첫 홈런이기도 했다. 그리고 강백호는 데뷔 경기부터 오늘(31일) 두산 전까지 7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한 강백호


강백호의 활약 덕분에 kt 위즈도 현재 4승 3패로 공동 5위를 기록하고 있다. 4월 한 달간 반짝 상승세를 타다가 결국 최하위로 내려앉은 지난 시즌과는 달리 황재균의 가세, 로하스의 건재함 그리고 신인 강백호의 예상을 넘는 활약 덕분에 최하위 탈출 뿐만 아니라 5강 진출이라는 그 이상의 목표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


kt 위즈가 이번 1주일 동안 강백호를 통해 얻은 소득은 성적 뿐만이 아니다. kt 위즈가 그토록 목말라했던 전국구 스타가 등장할 거란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기존에 고영표, 김재윤, 주권 같은 포텐셜을 가진 유망주들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전국구 스타라고 불릴 만큼 실력이나 인지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강백호가 매 경기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전국구 스타로 거듭날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kt 팬이 아닌데도 강백호를 보기 위해 kt 경기를 보는 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데뷔 당시 나성범이 타자로 전향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던 것처럼 강백호도 투타 겸업을 포기하고 타자에만 집중한 것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는 성적 측면 뿐만 아니라 대중에 노출되는 조건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투수보다는 타자가 더 유리하다. 투수와 달리 타자는 매 경기에 출전할 수 있고, 투수보다 더 미디어 노출 빈도가 높다는 점이 있다. 김경문 감독이 투수였던 나성범을 타자로 전향할 때 이 점을 고려했던 것이다. 당시 신생팀이었던 NC 다이노스에 나성범을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는데는 투수보다는 타자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직 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 류현진 이후 처음으로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는 선수가 등장할 수도 있을 거란 기대감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 아직 7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고, 본격적인 페넌트레이스가 진행되는 여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만약 kt 위즈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강백호가 개인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면 신인왕과 MVP 동시 수상이라는 꿈도 현실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올 시즌은 강백호 뿐만 아니라 삼성 라이온즈의 양창섭, 롯데 자이언츠의 한동희, 두산 베어스의 곽빈 등 걸출한 신인들이 시즌 초부터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삼성 라이온즈의 양창섭은 디펜딩 챔피언 기아 타이거즈를 상대로 데뷔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뛰어난 신인 선수들의 가세로 KBO리그는 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선수들에게도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다. 아직 시즌은 7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이 99년생 선수들이 이대호, 정근우, 오승환 등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82년생 선수들처럼 거듭나길 기대하고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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