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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민 Apr 06. 2018

단 4경기 만에 팬들에게 기대감을 선물한 오타니 쇼헤이

시범경기 이후 오타니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회의적이다 못해 냉소적이었다. 오타니를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시켜야 하나 하는 의문이 되었고, 오타니의 스윙은 고등학교 수준이라는 혹평도 뒤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시범경기 평균 자책점은 16.20이었고, 타율은 .125(32타수 4안타)에 불과했다. 심지어 장타도 없었다. 하지만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그런 비난 여론에도 오타니를 지지했고 LA 에인절스는 오타니를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오타니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단 네 경기 만에 기대감으로 바꾸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등판에서는 100마일에 육박하는 포심 패스트볼과 전매특허와 같은 고속 스플리터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그리고 홈경기 첫 타석에서는 통산 피안타율이 .180에 불과한 조시 톰린의 커브를 걷어올려 홈런을 기록했고, 그 다음 경기에서는 지난 시즌 사이영상 수상자인 코리 클루버의 패스트볼을 담장 밖으로 넘겨버리며 자신을 보러 온 홈팬들을 흥분시켰다.


오타니의 데뷔 첫 홈런


코리 클루버에게 기록한 시즌 2호 홈런


시즌은 길고 선수의 성적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복잡하기 때문에 오타니가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것이라고 100%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단 4 경기 만에 팬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준 것만으로 오타니는 큰 수확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투수로 1경기, 타자로 3경기를 소화하면서 최소한 자신이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뛸 수 있고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우선 타석에 들어선 3경기를 통해 오타니의 적응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범경기에서 상대 투수의 타이밍을 맞추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 오타니는 이전까지 고수하던 레그킥을 버리고 정규 시즌에 임했다. 타격폼 수정을 통해 오타니는 좀 더 효율적으로 변화구에 대처할 수 있게 되었고 톰린의 낙차 큰 커브를 공략하여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단기간에 수정한 타격폼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대목에서 오타니의 적응력과 분석력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레그킥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타를 선보인 점을 통해 오타니의 파워도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오타니가 이번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다는 것은 MLB에게도 큰 수확이 될 것이다. 이미 MLB는 NFL과 NBA에게 인기 스포츠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그래서 팬 평균 연령이 57세인 MLB는 젊은 팬을 유인할 스타와 화제 거리에 목말라있다. 톰 브래디, 스테판 커리, 제임스 하든, 르브론 제임스에 필적하는 슈퍼스타의 등장이 MLB에 필요하다. 그래서 오타니가 판타지 같은 활약을 계속 이어가면 미디어 노출도 점차 증가하고 자연스럽게 젊은 팬들이 MLB에 더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른 구단들은 오타니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분석에 들어갔다. 오타니의 타격 밸런스를 흐트러뜨리기 위해 집요하게 약점을 공략할 것이고, 작은 투구 버릇 하나도 놓치지 않고 파악하려 들 것이다. 현미경보다 더 세밀한 메이저리그의 분석력으로 인해 오타니도 슬럼프도 겪고 타격 페이스도 하락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오타니가 그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할지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이 될 것이다.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면 좋았던 타격 페이스가 흐트러지진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이도류로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투수로 등판한 이후에도 꾸준히 타격감을 유지하고, 타자로 출전한 이후 마운드에서 리듬과 밸런스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투구 이후 타석에 들어선 두 경기 동안 인상적인 생산력을 보였다는 것을 기억하면, 투구 이후 타격에서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기대를 갖게 되면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다. 현재 오타니는 팬들에게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드는 선수 중 하나로 거듭났다. 그것도 단 네 경기만에.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지 굉장히 궁금하고 기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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