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이 끝나면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의 사이영상 수상 가능 여부는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 가장 화제거리가 될 것이다. 올해 가장 불운한 투수 제이콥 디그롬이 사이영상을 수상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올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은 제이콥 디그롬,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 애런 놀라(필라델피아 필리스) 3파전 양상이다.
맥스 슈어저는 27경기에서 181⅔이닝을 소화했고 16승 6패 평균자책점 2.13, WHIP 0.89, 탈삼진 244개를 기록하고 있다. 애런 놀라는 26경기에서 169이닝을 소화했고 15승 3패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했고 WHIP 0.97, 탈삼진 169개를 기록했다. 제이콥 디그롬은 26경기에서 174이닝을 소화했고 방어율은 1.71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이고 탈삼진은 214개, WHIP는 0.97이다. 그런데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수는 8승(8패)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만약 사이영상 투표를 하는 기자들이 다승을 선발투수의 미덕으로 생각하고 투표를 하면 디그롬은 굉장히 억울할 것이다. 디그롬은 현재 퀄리트 스타트를 22번 기록했으며 7이닝 이상 투구하고 1실점 이하를 기록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경기가 무려 8번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그롬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1.71이다.
디그롬이 평균자책점만 낮은 것도 아니다. 세이버매트릭스는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 Fielding Independent Pitching)으로 투수의 능력을 평가한다. 이 때 FIP에서 고려하는 것은 경기 중 투수 책임으로 볼 수 있는 홈런, 삼진, 볼넷이다. 디그롬의 FIP는 2.07이다. 반면 맥스 슈어저는 2.63, 애런 놀라는 2.66이다 (FIP는 Fangraph 기준이며, 구장 환경에 따른 차이를 보정하는 지표인 xFIP도 있으나 일단은 FIP를 평가 지표로 인용하겠음)
세 선수의 대체 수준 대비 승리(WAR)를 비교해보면 디그롬 6.9, 슈어저 6, 놀라 5.4로 디그롬이 앞서있다. 참고로 팬그래프스에 따르면 2015년 기준 FA 1WAR당 가치는 800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참고로 내가 투수의 WAR을 Baseball Reference의 bWAR가 아닌 Fangraph의 fWAR로 인용한 이유는 표본에 따른 신뢰도와 투수를 평가하는 구성개념의 타당도 때문이다. 한두 시즌 정도의 표본이라면 FIP를 사용하는 fWAR가 bWAR보다 타당하지만 선발 투수 기준으로 4-5년(700~800이닝; 3000타석)이 넘어서는 순간 bWAR를 참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나무위키 WAR 참조)
(bWAR 기준 디그롬: 7.7, 슈어저: 8.8, 놀라: 8.7)
사이영상 수상은 기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상대적으로 고전적인 지표인 승수에 가치를 더 많이 두는 기자들이 많을수록 슈어저가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디그롬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고 방어율과 WAR 그리고 FIP를 다승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기자들은 디그롬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전보다 다승의 중요성이 떨어지긴 했으나 투수를 평가할 때 다승을 아예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시즌이 끝날 때까지 세 투수의 페이스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사이영상의 주인공은 슈어저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올 시즌도 슈어저가 사이영상을 수상할 것 같지만 디그롬이 받는 것을 보고 싶은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왜냐하면 디그롬이 사이영상을 받으면서 최고의 투수를 평가하는 기준과 야구 지표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다승에 비해 방어율의 가치가 더 높아지고 WAR 또한 투수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다시 한 번 부각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다승도 투수에게 있어서 중요한 지표이다. 여전히 선발 투수라면 최소한 10승을 거두고자 하는 갈망이 있고 에이스라면 15승을 넘어 20승을 해주길 바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이번 시즌 디그롬의 가치는 다승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고 또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불공정하기 때문에 평균자책점, WAR과 같은 다른 지표에 가중치를 둬서 디그롬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승리투수는 온전히 투수의 능력만으로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고전적인 지표를 중시하는 기자들이 은퇴하고 세이버 매트릭스를 중요시하는 기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몇 년 뒤 사이영상 투표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무튼 남은 시즌 디그롬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물론 슈어저와 놀라의 선전도 기대한다.
참고
Baseball Reference
Fangrap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