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경복궁
몇 년 전 1박 2일 멤버들이 유홍준 선생님과 함께 경복궁 투어를 한 적이 있다.
유홍준 선생께서는 문화재청장 시절 경복궁에 근무하는 소장에게 가장 아름다울 때를 물었는데 폭우가 쏟아질 때 경복궁에 들러보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근정전 앞 물이 빠질 때 물길이 박석 사이 여러 갈래로 흘러가는 모습이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https://youtu.be/fUZHimrf86I?t=2007
그래서 비오는 어느 월요일 경복궁에 찾았다. 그날 아침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많이 내렸지만 내가 집에 나설 즈음엔 빗줄기가 가늘어졌다. 그 다음날도 폭우 예보가 있었지만 화요일은 경복궁 휴관일이기 때문에 집을 나섰다. 설령 폭우가 내리지 않아 내가 보고 싶어했던 박석 사이에 물이 여러 갈래로 흘러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하더라도 비오는 날의 경복궁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복궁에 도착했고 여전히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땅에 물은 고였으나 빗물이 여러 갈래로 흘러내릴 정도로 강우량이 많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근정전 뒤로 펼쳐진 풍경이 아쉬움을 달랬다.
유홍준 선생께서는 경복궁 건축의 핵심이 북악산과 인왕산을 뒤뜰로 삼는다고 설명하셨다. 즉 경복궁은 인위적으로 만든 인공 정원이 아니라 뒤에 있는 북악산과 인왕산을 정원으로 한 자연 궁궐인 것이다. 근정전으로 들어가는 입구 기준 오른쪽 귀퉁이에 서면 근정전과 근정전의 배경이 되는 인왕산과 북한산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마침 이날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렸기 때문에 이 모습이 한 편의 수묵화처럼 보였다.
그리고 경복궁 입장권에 있는 사진도 이 각도로 찍었다.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비로소 보이고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그게 그 날의 나에겐 경복궁의 아름다움이었고 경복궁이 대한민국의 자부심이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폭우가 내리는 날의 경복궁을 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런데 그 아쉬움이 싫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그 아쉬움이 다시 나를 경복궁으로 이끌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