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에도, 글쓰기에도 적용되는 힘빼기 기술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힘 좀 빼보세요, 회원님"
이건 체육관에서 관장님께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면 펀치를 빠르게 날릴 수 없고 그만큼 상대에게 타격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회원님, 어깨에 힘 들어간거 상대방에게도 티가 나요.”
'내 어깨에 힘 들어간 건 나 빼고 모두가 안다고?'
내가 연습할 땐 잘 못 느꼈는데, 다른 사람이 쉐도우 복싱을 하고 샌드백을 때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어떤 자세가 나오는지 알게 되었다.
오히려 힘을 빼면 가볍게 툭툭 잽을 날리면 빠르고 강하게 펀치를 날릴 수 있게 되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하게 되었다.
힘을 빼고 싶어서 관장님께 여쭤봤다
"힘을 빼려면 어떻게 해야하죠?"
그러자 관장님께서 하시는 말
"방법은 없어요. 샌드백 많이 쳐봐야해요. 지쳐서 힘이 다 빠질 때까지. 치다보면 알게 될거에요. 그리고 타겟을 맞추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것도 중요해요.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무책임하게 들릴지 모르나 관장님의 말씀은 사실이었다. 체육관에 와서 샌드백을 친지 몇분 되지 않았을 땐 힘이 잔뜩 들어간채로 주먹을 날렸다. 그런데 몸이 풀리고 점점 체력이 방전될때쯤 어깨 힘이 아닌 허리의 회전력만을 의지한채 팔을 뻗기만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힘을 바짝 주고 쳤을때보다 샌드백에 힘이 더 실렸다. 힘빼고 치는 것이 이런 느낌이라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다.
아직 복싱을 알아가는 단계이지만 지난 3개월 간 체육관을 다니면서 '힘빼는 기술'은 복싱 뿐만 아니라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 적용해야 하는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상 글을 쓸때도 힘빼는 기술이 필요했다.
지난 3년 간 브런치와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채 쓴 글이 얼마나 많았나 싶었다.
높은 조회수와 검색 상단 노출을 목표로 불필요한 단어와 문장을 섞어가며 쓴 글들이 많았다. 그러니 조회수가 잘 나올리가 있나. 성과 지표가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하고 지치곤 했다. 시간이 지나고 그때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정말 건방지게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예전에 쓴 자소서를 다시 보는 것처럼 말이다.
힘이 잔뜩 들어가면 무리수를 두게 된다. 마치 소개팅 자리에서 외운 멘트를 날렸다가 담날 그녀에게 카톡 읽씹을 당하는 것처럼….
그래서 아무 욕심없이 살면서 즐거웠던 순간을 정리하고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긴 글을 써야겠다는 부담감을 버리고 여행 갔을때 느낀 감정을 사진과 함께 한 줄로 남겨보기도 했다. 내 글을 봤던 사람에 따라서는 포스팅이 성의없다고 느꼈을지도 모르나 나에겐 힘을 빼는 과정이었다.
이렇게 하나 둘 글을 남기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구글 검색으로 꾸준히 유입되는 글도 있었고, 네이버, 다음, 카카오 채널 메인에 오르는 글도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다보니 포털 메인에 노출되는 글이 꼭 훌륭한 컨텐츠는 아니라는 컨텐츠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갖게 되었고, 글의 퀄리티가 조회수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리고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도 많이 써봐야 글에 힘을 뺄 수 있는 것처럼 어깨에 힘을 빼고 주먹을 날리기 위해서는 샌드백을 수없이 두들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전하는 한마디
"이 글의 조회수가 높지 않아도 좋습니다.
하지만 ‘힘빼기’ 하나만 기억해주세요. 진심을 다해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