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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민 Feb 23. 2016

[KBO] 신인 투수 최충연에게 바라는 것

류현진 급을 바라는 건 아니야... 패기 있게 던져줘.


(사진 출처 : 삼성 라이온즈)



1차 지명 최충연, 2차 1라운드 김승현, 2차 2라운드 이케빈.


삼성은 2016 신인 드래프트에서 세 명의 걸출한 투수 유망주를 지명했다. 그 중에서 최충연은 팬들의 기대가 가장 큰 선수이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선발진에 새로운 얼굴이 없다는 점은 삼성 라이온즈의 약점으로 지적됐다. 올 시즌을 기준으로 국내 선발투수 중에 20대 투수는 한 명도 없다. 이번 시즌 새로 영입된 외국인 앨런 웹스터가 유일한 20대 투수이다. (1990년생)


그동안 1군 무대에 새로운 투수가 등장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삼성이 신인 드래프트 지명 순위에서 손해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최근 5~6년간 삼성 라이온즈의 성적이 1~2위였기 때문에 드래프트 지명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넥센이 몇 년간 하위권에 머무르면서 한현희와 조상우를 지명한 것과는 대조되는 상황이다. 현재 삼성 라이온즈의 필승조 중 심창민이 유일한 20대 선수이다.


그리고 2010년 시즌부터 2013년 시즌까지 1차 지명 제도가 없었다. 때문에 삼성 라이온즈가 대구, 경북지역 고교 선수를 지원할 의지는 꺾일 수 밖에 없었다. 신생팀 창단도 삼성의 유망주 수급에 어려움을 주었다.


그래서 고교 최대어 최충연을 지명한 것은 삼성에겐 가뭄에 단비였다. 예상치 못하게 지역 유망주인 김승현과 해외파 이케빈을 지명한 것도 횡재였다.


(사진 출처 : 스포츠조선)

 

그러면 본격적으로 최충연에 대한 얘기를 시작해보겠다.

 

최충연의 강점은 신장이다. 최충연의 프로필 상의 키는 189cm다. 그리고 팔과 다리가 모두 길다. 팔 다리의 길이는 투수에게는 굉장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팔 다리가 긴 투수는 릴리스 포인트를 더 길게 갖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늘어난 릴리스 포인트는 상대 타자와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게 한다.


릴리스 포인트가 왜 중요한지 독자들이 궁금해할 것 같아서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이겠다. 투수는 같은 구속의 패스트볼을 던지더라도  체감 구속이 빠르지 않다면 타자를 이길 수 없다. 결론은 체감 구속을 늘리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체감 구속을 늘리기 위해서 투수는 투구 시 공을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와 공의 비행 시간을 줄여야 한다. 즉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 쪽에 둬야 한다는 뜻이다.


투수가 릴리스 포인트를 늘리기 위해서는 투구 시 스트라이드(디딤발 위치)를 늘리거나 긴 팔을 가져야 한다. 그럴수록 공을 좀 더 앞에서 던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투구의 비행 시간이 줄어들어 체감 구속은 증가하게 된다.


1cm의 릴리스 포인트 전진은 0.16km의 체감 구속 증가를 불러온다. 그러니 팔과 다리가 긴 최충연에게 앞으로 좋은 구위를 기대하는 것은 설레발은 아닌 셈이다.


(사진 출처 : 스포츠조선)


최충연이 가진 또다른 강점은 투수 경력이 짧다는 것이다. 최충연은 고등학교 1학년이 되서야 투수로 경기에 출전했다. 투수 경력이 짧기 때문에 어깨와 팔꿈치 소모가 적은 편이다. 많은 투수들이 고교 시절 혹사를 당해 프로에서 제대로 꽃피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최충연은 부상에 대한 위험은 다른 신인들에 비하면 적은 셈이다.



많은 신인 투수들이 프로에 와서 정교하지 못한 제구력 때문에 고전한다. 거기에 자신의 공에 대한 자신감 부족은 피해가는 투구를 하게 만든다. 그런데 투수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수비수가 공을 가진 유일한 스포츠가 야구라는 사실이다. 투수는 축구에서 공격수가 위협적인 슛으로 골문을 노리듯이 타자에게 공격적으로 투구해야 한다. 야구에서 실제로 공격하는 선수는 투수인 것이다. 아직 최충연에게 정교한 제구력까지 바라는 것은 큰 욕심이다. 다만 타자가 누구던지 간에 공격적인 투구로 타자를 위협하는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


최충연이 경기에서 공격적인 투구를 계속 이어나간다면 조만간 본인의 공이 통한다는 것을 느끼고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최충연이 본받아야 할 팀 선배가 한 명 있다. 바로 정인욱이다.



(사진 출처 : 스포츠조선)



정인욱은 2011년 5월 25일 사직 롯데전에서 이대호에게 3연타석 홈런을 내줬다. 첫 번째 홈런을 맞고 다음 타석에서 주자 없이 이대호와 대결할 때는 승부를 피해갈 법도 했지만 정면 대결을 했고 2구째 슬라이더(126km)를 던지다가 솔로 홈런을 맞았다. 다음 이대호와의 대결에서도 주자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피할 수도 있었지만 또 한 번 정면 승부를 걸다가 솔로 홈런을 또 내주게 되었다. 비록 실투에 의해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정인욱은 이날 경기에서 6이닝 7피안타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사진 출처 : 스포츠조선)



정인욱의 그 다음 선발 등판 상대도 롯데였다. 정인욱은 2011년 6월 8일 대구구장에서 이대호를 만나기 전 당시 삼성의 허삼영 전력분석원에게 몸쪽으로 승부를 걸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리고 이날 이대호와의 첫 대결에서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결국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투수가 경기를 하다보면 실투를 던질 수도 있고 홈런을 맞을 때도 있다. 야구 해설자은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진다고 해도 그 공이 모두 안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흔히 말한다. 본인의 공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자신감 있게 던지면 그 공이 스트라이크 존으로 간다고 해도 삼진이나 범타로 타자를 돌려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 출처 : OSEN)



최충연 같은 신인에게 베테랑 투수의 노련한 경기 운영을 바라는 코칭 스태프와 팬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저 최충연에게 바라는 것은 신인다운 패기 있는 투구 내용이다. 자신감 없이 피해가는 승부를 하다가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내는 것보다는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구를 하다가 안타를 맞는 것이 투수 본인이 느끼고 배우는 것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올 시즌 당장 류현진처럼 잘 던져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필자가 바라는 것은 그게 아니다. 상대 타자가 누구건 간에 마운드 위에서 용감하게 공을 뿌리는 신인 투수를 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최충연이 그런 투수가 되었으면 한다.


참고 기사 : [인사이드MLB] 체감 구속, 강력한 공의 비밀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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