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민 Feb 28. 2016

박해민이 주전자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

바뀐 타격폼은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사진 출처 : 나무위키)


올 시즌을 앞두고 박해민은 변화를 시도했다. 타격폼을 수정한 것이다. 박해민이 타격폼을 수정하게 된 계기는 불리한 볼카운트를 잘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좌투수에 대한 약점을 보완하고 늘어난 삼진 수를 올시즌엔 줄이기 위한 변화였다. 얼마 전 박해민은 인터뷰를 통해서 본인 스스로 2S 이후에 유인구에 헛스윙을 하는 등 고전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타격폼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기록상으로도 이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유리한 볼카운트와 불리한 볼카운트의 타율 편차가 굉장히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리한 볼카운트를 맞이하는 횟수가 적지 않았고 삼진 갯수가 늘어나고 걸어나가는 확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때문에 타격폼 수정을 결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 2015 시즌 박해민 볼카운트(B-S) 별 타율 (출처 : KBO 자료실)


0-0 0.440 (40/91)

1-0 0.606 (20/33)

2-0 0.417 (5/12)


0-1 0.364 (12/33)

1-1 0.395 (17/43)

2-1 0.440 (11/25)

3-1 0.286 (2/7)


0-2 0.143 (6/42)

1-2 0.111 (9/81)

2-2 0.208 (22/106)

3-2 0.192 (10/52)



(사진 출처 : OSEN)




통상적으로 레그킥 동작은 타구의 파워를 실어주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레그킥을 하면서도 배트 중심(sweet spot)에 맞추는 타격을 한다면 장타를 만들어내는데 용이하다. 반면에 레그킥 동작은 변화구 대처에 약하고 컨택 능력을 떨어뜨리는 단점도 있다. 작년에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강정호의 레그킥을 두고 우려했던 것도 타격의 정확도였다. 레그킥에 의한 파워를 포기하더라도 배트 중심에 맞추면서 배트 스피드를 증가시킨다면 오히려 타구의 질은 이전보다 향상될 수도 있다.



(사진 출처 : 스포츠조선)


타격 폼 수정과 관련해서 박해민이 참고할 케이스가 있다. 바로 채태인이다. 채태인은 2013 시즌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타격폼 수정을 단행한다. 이전까지는 킥킹 동작을 통해 장타를 노리는 타격을 했지만, 장타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컨택 위주의 타격을 위해 레그킥 동작을 빼버렸다. 당시 채태인에게 타격 관련 조언을 했던 강기웅 코치는 채태인이 레그킥 없이도 충분히 장타를 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히팅포인트를 좀 더 뒤에 두는 타격을 했다. 왜냐하면 채태인의 배트 스피드는 굉장히 빠른 편이었기 때문이다. 채태인은 2014년에 이효봉 위원과의 인터뷰에서 히팅 포인트를 뒤에 두니 유인구에 덜 속고 좋은 공을 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채태인은 그 해 타율 0.381을 기록하며 부활에 성공한다.


이번 연습경기 박해민의 타격을 보면서 이전보다 타구의 질이 좋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 필자는 한화 연습경기를 잠깐 봤다. 좌투수(김범수)를 상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박해민은 당겨쳐서 라인드라이브 안타를 만들어냈다. 비록 연습경기였지만 수정한 타격폼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었다.


(사진 출처 : 아시아경제)



불리한 볼카운트에 고전하긴 했지만 박해민은 스타 기질이 있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득점권, 경기 후반 등 중요한 상황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고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는 극강의 타격 실력을 뽐냈기 때문이다.


이지영에 가려져 있었지만 박해민도 이지영 못지 않게 초구를 사랑하는 타자였다. 사실 이지영보다 박해민의 초구 타격 횟수가 더 많았다. 그리고 초구 타율도 이지영보다 높다.


이지영 : 361 타석 중 초구 타격 77회 (타율 : 0.403)

박해민 : 525 타석 중 초구 타격 91회 (타율 : 0.440)


박해민 본인은 올시즌 타석에서 좀 더 인내심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초구, 1볼, 2볼 타율이 좋았기 때문에 볼카운트가 유리한 상황에서는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스윙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사진 출처 : 스포츠투데이)



삼성 경기를 보면서 가장 아쉬운 상황 중 하나는 무사 1루 박해민 타석에서 희생 번트를 대는 것이다. 특히 경기 후반일수록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점이 아쉬운 상황에서 번트를 대서 주자를 2루로 보낸 다음 중심 타선이 해결하게끔 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해민의 상황별 기록을 보면 무사 1루에 번트를 대기엔 아까운 타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자 1루 상황에서 박해민의 타율은 무려 0.410이다. 2사전 주자 1루 상황에서 타율은 0.388이다. 박해민이 주자 1루 상황에서 좋은 타격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1루 주자가 상대 투수를 굉장히 피곤하게 했기 때문이다. 주자 1루에서 박해민이 타석에 설 때 1루 주자는 팀 내에서 박해민 다음으로 빠른 김상수, 구자욱이다. 상대 배터리는 타자 뿐만 아니라 1루 주자 김상수, 구자욱도 견제해야 하기 때문에 직구 위주의 볼 배합을 가져갈 수 밖에 없었다.


무사 1루에서 번트 대신 적극적인 타격을 시도한다면 무사 13루 상황으로 이끌어 빅이닝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자 없을 때 구자욱의 타율이 0.358였기 때문에 2사 이후라도 구자욱이 살아나간다면 1~2점을 낼 수 있는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류중일 감독이 이번 시즌은 어느 해보다 감독의 작전 개입이 많을 것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에 박해민이 번트만 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사진 출처 : 스포티비)


박해민은 7회 이후 3점 이내 상황(CL & Late)에서 타율 0.319을 기록했다. 이 상황에서 타석에 56번 나와서 15안타, 8 볼넷을 기록했다. 출루율은 0.418이었다. 그리고 박해민의 8회 타율은 0.323이다. 7회 이후 3점 이내에 필승 계투조가 나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대팀에게 박해민은 악마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수비와 주루 능력에 가렸지만 클러치 능력도 뛰어난 편이다. 득점권 타율은 0.294, 2사 득점권 타율은 0.292로 수치상으로는 높지 않지만 이 수치만으로 박해민을 평가절하할 수 없다. 왜냐하면 득점권 타율이 상황별 중요도를 100% 반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황별 중요도를 나타내는 LEV라는 수치가 있다. LEV가 높을수록 더 중요한 상황인데 박해민은 중요도가 높은 타석일수록 집중력을 더 발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Low LEV        0.256 (71/277)

Medium LEV 0.332 (61/184)

High LEV       0.344 (22/64)

High+ LEV     0.529 (9/17)


(사진 출처 : 중앙일보)


올 시즌을 앞두고 바뀐 타격폼이 박해민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을까? 지난 시즌 박해민의 고민이었던 출루율이 이번 시즌 향상될 수 있을지, 그리고 바뀐 타격폼이 박해민을  올시즌 붙박이 주전으로 이끌어줄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보자.


자료 출처 : http://www.statiz.co.kr/

매거진의 이전글 이승엽, 선수들이 존경하는 선수이자 멘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