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Loving Travel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민 Apr 12. 2016

여행이 주는 묘미. 뜻밖의 해프닝

인생은 혼자가 아니야...

Porto에 있는 Majestic Cafe에서...


여행을 하면서 뜻밖의 해프닝을 많이 경험한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오늘 계획은 리스본에서 rede expressos(포르투갈의 고속버스 회사 중 하나)를 타고 포르투로 가는 것이었다. 낮 12시 쯤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나는 한국처럼 당연히 포르투갈에서도 카드로 버스 티켓을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터미널 창구에서 자신있게 카드를 꺼냈다... 그런데 왠걸... 터미널 직원은 포르투갈 카드만 받는다며 only cash라고 말했다. 아... 멘붕. 리스본에서 포르투로 가는 버스는 20유로인데 내 수중에 현금은 고작 6유로 뿐이었다. ATM기계에 가서 돈을 뽑으려는데 기계는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침 옆에 라고스로 향하는 영국에서 유학중인 한국인이 있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내가 가진 파운드와 유로화를 바꿀 생각이 없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그 친구는 내가 가진 돈을 보더니 자신은 처음 보는 지폐라며 도저히 이 돈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그 돈을 런던에서 다 썼다)


아 젠장... 이러면서 한숨을 푹 쉬고 있는데 저기 저 너머에 한국인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때다 싶었다. 나는 바로 그들에게 다가가서 유학생인지 한국으로 돌아갈 여행객인지를 물었다. 그들은 여행객이고 방금 리스본에 도착해서 짐을 맡길 곳을 찾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혹시 20유로가 있는지, 계좌로 28000원을 보내줄테니 지금 20유로를 나에게 줄 수 있는지를 물어봤다. 그들은 나의 불쌍한 눈에서 간절함을 보았고 흔쾌히 20유로를 건네주었다.


창구에서 티켓을 사는데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창구 직원은 내 말을 못 알아듣고 나도 창구 직원의 말을 제대로 못알아 들은 것이다. 여기서 약간의 소란이 있었고 그걸 본 Marco라는 포르투갈 친구가 나에게 다가와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라고 했다. 알고보니 그 친구도 마침 포르투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Marco는 원래 비행기를 타고 포르투로 가려고 했는데 여자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비행기 시간을 놓친 것이다. 이런 저런 서로의 사정을 얘기하다가 버스 시간이 다 되었다. 포르투 터미널에 도착해서도 Marco는 호스텔까지 가는 길을 안내해주었다. 혹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아이디도 알려줬다. 정말 멋진 녀석... ㅎㅎ


말이 안 통하면 여행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여행을 다니다보니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말이 통하면 목적지엔 쉽게 다다를 수 있다. 하지만 여행지의 느낌, 그 도시 사람들의 마음을 느끼기는 어려운 것 같다. 리스본 빵집에서 말이 안통해서 애를 먹을 때 바로 옆에 있던 독일 아저씨가 나를 위해 포르투갈어를 영어로 통역해줬고 나는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있었다, 파리에서 길을 몰라 헤맬 때 프랑스 할머니가 돋보기 안경까지 꺼내가며 길을 알려주셨다. 한밤 중 바르셀로나 언덕길에서 어떤 버스를 타야할지 몰라 헤맬 때 덩치 크고 맘씨 좋은 아저씨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까지 가는 버스를 알려주셨다. 물론 스페인어로...


남은 여정도 기대가 된다.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


http://blog.naver.com/88kjm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에서 다시 만난 다니엘과 데시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