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극적인 만남... 그 첫번째 이야기
다니엘(Daniel)과 데시(Desiree) 부부를 처음 만난 건 2002년 여름 런던에서였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난지 한 달쯤 지났을 때 이모가 살고 있는 런던으로 1달 동안 떠났다. 이모는 2주짜리 랭귀지 스쿨 코스를 신청해주셨다. 랭귀지 스쿨은 홈 스테이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때 호스트로 다니엘과 데시를 만났던 것이다.
그 당시 다니엘과 데시는 20대 중반의 젊은이였고 결혼을 앞둔 커플이었다. (2003년에 결혼) 그리고 그들의 국적은 영국이 아니었다. 다니엘은 독일 뮌헨 출신이고 데시는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이다.나와 나이 차가 많이 나지 않은 덕분에 형, 누나 같이 지낼 수 있었고 그들도 나를 막내 동생처럼 귀여워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그들과 나는 거실에서 심슨(The Simpson)도 보고 크로커다일 헌터도 봤다. (이번에 다니엘한테 들은 얘기인데, 크로커다일 헌터의 주인공이 촬영 중 사망했다는...)
그렇게 즐거웠던 2주 간의 홈스테이가 끝나고 그 후 나는 한국에 돌아갔다. 한국에서 가서도 다니엘과 몇 번 이메일을 주고 받다가 고등학교 진학 후 바빠지면서 이메일을 못 보내게 되었다.
그 후 오랜 시간이 흘렀다. 네이트온과 한메일이 유행하던 2000년대와는 달리 2010년대에는 페이스북의 등장으로 이전보다 편리하게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페이스북의 가장 큰 장점은 이름과 출신지만 입력해도 그 사람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페이스북을 통해 가장 찾고 싶었던 사람은 영국에서 만난 다니엘과 데시였다. 비교적 흔한 다니엘의 성(family name)과 달리 데시의 성은 특이했고 발음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다니엘 대신 데시의 풀 네임을 검색했다. 다행히 데시와 똑같은 풀 네임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데시의 친구 목록에 다니엘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이 사람이 내가 찾는 데시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데시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9년 만에...
Hi. desi. I'm Jeong MIn. How have you been? In 2002, I stayed some day to study English. Can you remember me? Do you still live in England?
그리고 데시에게 답신이 왔다.
Dear Jeong Min
of course we still remember you! You are the most brilliant student we had the honor to meet. We are now living in Germany (Munich) and just had a son. He is now 3 months old. You are more than welcome to visit us here some day, we would be very happy to see you again.
페이스북 덕분에 9년 만에 이들과 다시 연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 부부가 현재 뮌헨에 살고 있고 얼마 전(2011년)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까지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some day) 그들과 만날 수 있다는 희망도 품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2016년 봄이 되었다.
4월에 유럽 여행을 가는 것으로 여행 계획을 확정 지으면서 파리행 비행기를 타기 전 다니엘에게 뮌헨에 가면 만날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다니엘의 답은
You are more than welcome to visit.
그래서 비행기를 타기 전 다니엘의 아들 사무엘에게 줄 선물을 샀다. 프라하에서 뮌헨으로 떠나기 하루 전 다니엘은 나에게 휴대폰 번호를 알려줬다. 번호를 저장해보니 facetime 표시가 떴다. 다니엘도 아이폰을 쓰고 있었던 것이었다. 덕분에 그 이후부터 다니엘과 imessage로 소통할 수 있었다. 그리고 4월 22일, 나는 14년 만에 극적으로 뮌헨에서 다니엘과 데시를 만날 수 있었다.
다니엘이 알려준 S bahn을 타고 푸하임 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니엘에게 전화를 했다.
"Hi Daniel. I'm Jeong Min."
"Hey, How are you?"
아직도 다니엘에 반가워하며 소리지르던 그 목소리를 잊지 못한다. 다니엘은 푸하임역으로 데리러 갈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했다.
10분 뒤 다니엘이 아들을 뒤에 태우고 도착했다. 14년 전 오래된 벤츠를 탔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에 다니엘이 운전한 BMW SUV를 보면서 그간의 세월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니엘과 데시가 이전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10분 정도 차를 타니 다니엘의 집이 보였다. 독일의 전통적인 삼각 지붕이 아닌 모던한 형태의 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깨끗한 하얀 벽에 각 나라를 여행하며 모은 수집품이 디스플레이 되어있었다. 창 밖으로는 이 집의 정원과 푸른 하늘이 펼쳐졌다. 다니엘과 데시가 14년 간 열심히 살아온 날들이 느껴졌다.
다니엘은 정원을 정리하던 데시를 불렀다.
"Desi."
데시가 장갑을 낀채 그 모습을 드러냈다. 데시는 나를 보더니 반가운 얼굴로 나를 꼭 안아주었다. 14년이 지났지만 다니엘과 데시는 그대로였고 여전히 젊었다. 그리고 그 옆엔 귀여운 아들 사무엘이 있었다.
그렇게 다니엘과 데시 그리고 사무엘과의 3박 4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