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여행 그리고 최고의 사람들...
여행을 다니면서 내가 여행 복이 있다는 것을 항상 경험했다. 4주 간 유럽여행을 다니면서 좋은 사람 많이 만나고 좋은 숙소에서 지낼 수 있었다. 특히 내가 갔던 한인민박 두 곳(런던언니, 바르셀로나 떼아모 하우스)은 시설, 음식, 사람 등 모든 면에서 최고였다. 그래서 내가 지낸 숙소 자랑을 하고 싶다.
첫 번째는 런던에서 묵었던 런던언니 민박이다.
런던언니 민박은 친구 두란이를 통해 소개받았다. 두란이에게 런던언니 민박을 소개받을 당시에 나는 런던을 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런던을 꼭 가라고 말했지만 내가 망설이는 이유가 있었다. 우선 나는 14년 전에 이미 런던을 갔다왔다. 타워 브릿지도 가보고 빅벤 앞에서 사진도 찍어봤다. 비록 15살 중학교 2학년 때이지만 한 번 다녀온 런던이기 때문에 런던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런던 물가는 너무 비싸다는 점, 유로화가 아닌 파운드를 쓰기 때문에 환전을 또 해야 한다는 금전적인 부담감도 런던 가는 것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랑 취향이 비슷한 두란이가 코벤트 가든에 가면 버스킹을 구경할 수 있고, 세인트 폴 성당과 테이트 모던을 잇는 밀레니엄 브릿지에서 사진을 찍으면 인생샷이 나온다는 등 런던에 가면 볼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내게 말해줬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숙소. 두란이는 런던에 있을 땐 한인 민박에 갔는데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한 번 더 그 민박집에 갔다고 말했다. 이름도 특이했다.
'런던 언니'
이름 그대로 런던 언니 민박집은 왕언니 사장님이 운영하는 한인 민박집이다. 오래 전 영국으로 건너와 영국인 남자와 국제결혼을 한 사장님은 두란이 말에 의하면 화통하고 정많은 전형적인 한국 아줌마다.
민박집에 대한 얘기 중 가장 솔깃했던 것은 민박집 분위기였다. 가끔은 사장님이 게스트들한테 "얘들아 오늘은 집에 들어오기 전에 맥주 한 병씩 사와. 우리 오늘 맥주 파티하자!!"라고 말하고 파티를 여신다는 것이었다. 비록 내가 술은 잘 못 마시지만 여행지에서 만날 새로운 사람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런던에 가면 런던언니 민박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란이는 사장님의 요리 솜씨도 장난 아니라고 말해줬다. 사실 한인 민박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한식 때문이다. 한인 민박은 무조건 조식이 맛있어야 한다는게 내 지론이다.
그 외에도 민박집 주변은 교통편이 좋아서 어디든 이동하기 편하다고 알려줬다.
런던 물가가 비싼 것을 감안하면 이 수준의 민박집이면 만족스런 런던 여행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6인실은 없고 4인실인 것도 마음에 들었다. (4인실 기준 25파운드)
하지만 그 놈의 게으름 때문에 런던으로 떠나기 하루 전날인 4월 14일에 런던언니 홈페이지(http://www.londonunee.com/)에 들어가서 예약 글을 쓰고 예약금 5만원을 입금했다. 내가 두란이에게 런던언니 민박집에 갈거라고 얘기하니까 두란이는 내가 예약글을 쓰기도 전에 미리 런던언니 사장님께 연락을 해뒀다.
그리고 4월 15일 오전 10시 20분, 포르투 공항에서 런던 루튼(Luton)공항 행 비행기를 타고 런던에 도착했다. Luton 공항에서 Marble Arch 역까지 가는 공항버스를 타고 지하철 역에 내려갔다. 나는 영국에서 사용가능한 유심칩(심카드)가 없었기 때문에 GPS와 행인들의 도움을 의지해서 길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Marble Arch 역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하필이면 내가 탄 지하철이 연착이 되는 바람에 20분이나 제자리에 서있었다. 그래서 나는 할 수 없이 반대편 지하철을 타고 빙빙 돌아 애초에 할 필요도 없는 환승도 두 번이나 했다. 게다가 좁디 좁은 런던 지하철에서 큰 캐리어와 무거운 백팩을 메고 서있는 것도 고역이었다.
나는 민박집이 있는 Oval 역까지 겨우 도착했고 민박집 매니저가 미리 알려준 안내에 따라 길을 따라갔다. 그리고 저 멀리 똑같이 보이는 집들이 보였다. 번지수 79번을 찾아 한걸음 한걸음 내딛었고 결국 런던 언니집 초인종 벨을 누를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런던언니 민박집.
런던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