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사랑한 도시 바르셀로나, 떼아모 하우스에서의 추억
여행을 다니면서 내가 여행 복이 있다는 것을 항상 경험했다. 4주 간 유럽여행을 다니면서 좋은 사람 많이 만나고 좋은 숙소에서 지낼 수 있었다. 특히 내가 갔던 한인민박 두 곳은 시설, 음식, 사람 등 모든 면에서 최고였다. 그래서 내가 지낸 숙소에서 있었던 스토리를 소개하고 싶다.
런던언니 민박집에 이어 바르셀로나 떼아모 하우스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떼아모 하우스의 집과 사장님(이라 쓰고 누나라 부른다), 함께 지낸 게스트들이 너무 좋아 하루 더 묵었다.
첫 만남은 어색했지만 알면 알수록 매력을 느끼게 되는 떼아모 하우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4월 3일 오후 파리 힐송교회에서 주일 예배 드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파리 일정을 끝냈다. 힐송 교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몽파나스 역 인근에 샤를 드골공항으로 가는 공항버스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예배가 끝나자 마자 점심 먹을 틈도 없이 몽파나스 역으로 달려갔다. 바르셀로나로 행 비행기 출발 시간은 오후 3시 40분. 주말 오후에 공항 가는 길이 막힐 것을 감안해서 빨리 움직였다.
다행히 오후 1시 쯤에 공항에 도착했고, 미리 온라인 체크인을 한 덕에(사실 내가 이용한 easy jet 항공사는 온라인 체크인이 필수) 빠르게 수화물만 보내고 보딩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약 2시간 뒤 현지시각 오후 5시 30분쯤 바르셀로나(BCN) 공항에 도착했다.
사실 바르셀로나로 떠나는 날, 몸이 너무 안 좋았다. 별 기대도 안한 파리가 너무 좋아서 쉬지 않고 걸어다녀 체력이 바닥나기도 했고, 무엇보다 파리에 있는 3일 내내 비가 오고 추운 날씨가 계속되었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바르셀로나로 갈 땐 목감기가 심했었다. 그런 와중에 소매치기 실력으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르셀로나로 향하니 몸과 마음이 모두 피곤했다. 그래서 빨리 숙소에 도착해서 밥이나 먹고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르셀로나로 떠나기 하루 전 날, 떼아모 하우스 사장님께 숙소 가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카톡을 보냈다. 사장님은 장문의 글과 함께 많은 사진을 보내셨다. 그 사진들은 모두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해서 렌페(renfe) 타는 경로까지 알려주는 사진이었다. 사장님이 카톡으로 보낸 사진과 안내 글들을 보면서 상당히 철두철미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여기서 내가 왜 바르셀로나 숙소를 떼아모 하우스로 정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겠다.
작년 10월,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한 가우디 전을 보고나서 바르셀로나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11월 말에 유럽가는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비행기 표만 사고 자금만 모으고 있다가 출국 1달 정도를 앞두고 여행지 공부한답시고 꽃보다 할배 스페인편을 다운받아 봤다.
'꽃보다 할배'를 보기 전까지는 여행지에서 어떤 숙소에 머무를 것인지에 대한 계획조차 없었다. 막연하게 Airbnb든 호스텔이든 무조건 가격이 싼 곳에서 자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꽃보다 할배'를 보다가 숙소를 정할 때 고려해야 할 가장 첫 번째가 가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을 통해 깨달은 사실은 숙소에서 중요한 것은 잠자리, 음식 그리고 사람이었다. 일단 할배들이 주무신 방을 보니까 방이 꽤 넓어보였다. 2층 침대가 아니라는 것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게스트들끼리 아침 식사를 하면서 서로 여행지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을 보면서 분위기가 괜찮은 숙소구나 하는 생각(혹은 착각)을 했다. (가끔 미디어에 낚이는 경우도 있지만, 떼아모 하우스 분위기는 정말 좋았음) 그리고 밥이 맛있어 보였다. 분명히 바르셀로나에 도착할 때 쯤이면 김치가 그립고 매운 음식이 그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바르셀로나는 내 스페인 여행의 출발지점이었기 때문에 스페인 여행 정보에 바싹할 것 같은 사장님께 조언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별 고민없이 떼아모 하우스 카페(http://cafe.naver.com/bcnteamo)에 들어가서 예약 글을 등록하고 숙박비(5인실 1박 30유로)를 입급했다. 예약 글을 올린 김에 이전에 떼아모 하우스에 다녀간 게스트들이 남긴 글과 댓글들도 꼼꼼히 살펴봤는데, 게스트와 사장님과의 관계도 친밀해보였다.
감기 걸려서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사장님이 알려준 방법대로 T-10권을 사고 공항에서 렌페(renfe)를 탔다. 그리고 숙소가 있는 passeig de gracia역에 내렸다.
나는 공항에 있는 렌페역에서부터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었다. 워낙 악명높은 바르셀로나 소매치기에 대해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사방 팔방 모두 나의 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좀 강하게 보이려고 공항에서부터 선글라스를 끼고 숙소로 향했다.
떼아모 하우스는 저녁 7시쯤 도착했다. 이날 먹은 거라곤 아침에 호스텔에 먹은 빵 몇 개뿐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허기졌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하니 그동안 긴장했던 것들이 다 풀어지면서 급 피곤해졌다. 그래서 집에서 가져온 컵라면과 햇반으로 대충 끼니을 떼우고 씻고 자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감기 걸린 상태라서 숙소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소개하는 사장님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네, 네." 대답만 반복하며 건성건성 듣고 넘겼다.
그렇게 숙소 오리엔테이션은 끝났다. 그리고 이제 씻고 먹고 자기만 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찰나 사장님이 나에게 한마디 하신다.
"오늘 몬주익 광장에 분수쇼 있는데 아시죠? 매주 목, 금, 토, 일만 하기 때문에 정민씨는 오늘 밖에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사장님의 좋은 정보는 감사하지만 너무 피곤하고 배가 고파서 사장님께 "밥을 먹고 가면 어떨까요?"라고 말씀을 드리니... 밥을 먹고 가면 늦을테니 분수쇼 보고와서 저녁을 먹는게 어떻겠냐고 말씀하신다.
'아... 그냥 아픈 척 할껄. 몬주익 가는 길 찾는 것도 귀찮고, 저렇게 말씀하시는데 안가자니 말한 사람 성의를 생각하면 그렇게 하면 안될 것 같고...' 라고 고뇌하는 찰나 현관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온다.
그리고 사장님은...
"장섭씨, 여기 오늘 새 친구 체크인 했는데 이 친구랑 몬주익에 분수쇼 보러 가요. 지금 바로 지하철 타면 늦지 않을거야. 어떻게 가는지 알죠?"
"네."
그 친구의 대답과 동시에 나는 다시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배고프고 피곤한 탓에
'그까짓 분수쇼 뭐 별거 있겠어?'라고 삐뚤어져 버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얼굴 보자마자 몬주익에 가라고 내보낼 정도면 분수쇼가 얼마나 대단한거야?'라고 생각하며 조금의 기대감도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좀 전에 처음 본 장섭이와 몬주익 광장으로 떠났다.
도착하니 저녁 8시 30분, 뉘엇뉘엇 해가 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