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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민 May 24. 2016

독일에서 다시 만난 다니엘과 데시 (3)

다니엘 집의 비밀의 방. 게스트룸

지하로 내려갔고 다니엘이 불을 켰다. 지하엔 laundary room과 옷장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 게스트룸이 있었다.


게스트룸엔 게스트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푹신푹신한 침대, 노트북을 하기 위한 책상 그리고 옷걸이까지... 그리고 게스트 룸 맞은 편엔 게스트를 위한 샤워실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다니엘과 데시는 이미 샤워실에 샤워 가운, 수건, 샴푸, 바디 워시까지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했다.


예전에 독일인들은 손님을 위한 게스트룸을 만든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정도로 준비를 잘 해놓을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다니엘과 데시는 침대 커버와 이불, 베개를 새롭게 세팅했다. 그리고 방이 춥진 않은지 온도도 체크하고 난방도 틀었다.


"정민, 이 방 벽은 좀 까칠까칠해. 침대에 누웠을 때 벽에 쓸려서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

"네!!"


"그리고 내일 데시가 대학원 수업을 듣는 날이라서 우리 가족 모두 8시에 집을 나설거야. 거실에서 8시에 모이는 걸로 할까?

"네. 좋아요."


내일은 데시가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날이다. 9시부터 수업이 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했다.


세팅이 마무리 된 후 데시와 나는 부엌으로 갔다. 데시는 나에게 물컵을 하나 건넸다.


"정민, 이 수돗물은 알프스에서 온거야."




알프스에서 온 수돗물을 마시니 유럽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알프스의 물이서 물맛이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더 건강해지는 것 같았다.


물을 컵에 가득 채워 방으로 내려갔다. 씻으려고 방문을 나서는데 옆에 있는 빨래방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알고보니 데시가 아이패드에 "굿 와이프(The Good Wife)"를 틀어놓고 빨래를 돌리는 중이었다.


"평소에도 아이패드로 드라마 많이 보세요?"

"응. 난 드라마에 거의 빠져 살아. 넷플릭스에 굉장히 재밌는 드라마들이 많아. 그리고 영어 공부하는데도 큰 도움이 돼. 한국 돌아가면 굿 와이프 한 번 봐봐. 정말 재밌어. 너가 영어공부 하는데도 도움이 될거야."


데시는 자기 자신을 미드에 addicted 된 상태라고 표현했다.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14년 전엔 드라마를 보려면 거실로 가야만 했잖아요. 세상 참 좋아졌어요. 예전에 우리가 심슨(The Simpson)을 보려면 시간에 맞춰 거실로 가야 했었는데..."

"맞아. 이젠 아이패드가 있으니까 요리를 하면서도 드라마를 볼 수 있고, 빨래를 돌리면서도 볼 수 있어. 더 이상 방영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돼."


아이폰,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더이상 드라마 방영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아이폰의 등장덕분에 나는 다니엘과 데시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빨랫감 정리를 마친 데시가 올라가면서 지하는 조용해졌다. 그리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숨가빴던 오늘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프라하에서 다니엘과 데시가 살고 있는 푸하임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여행에서 이동일은 언제나 긴장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니 오늘 하루 겪었던 고생들이 씻겨져 내려가는 듯 했다. 그리고 14년 전 이들과 처음 만났던 그날이 떠올랐고, 잊혀졌던 추억들이 하나 둘 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내일은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남은 이틀간 다니엘, 데시, 사무엘과 함께할 시간들이 기대됬다. 아무런 준비없이 급작스럽게 뮌헨에 도착했기 때문에 내일 당장 어딜 가야할지 몰랐다. 하지만 이전 여행지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즐거운 기억들을 만들 수 있을거란 확신이 들었다.


http://blog.naver.com/88k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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