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하면 돈을 많이 쓰게 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성공담 보다는 실수한 이야기를 더 즐거워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여행 중 저지른 멍청한 실수들...
공항에서 환전한 것은 이번 여행에서 저지른 가장 멍청한 실수였다.
파리와 바르셀로나를 거치면서 내가 가진 유로화 현금을 다 써버리는 바람에 리스본에 도착했을 때는 수중에 유로화가 한 푼도 없었다. 급한 마음에 여러 환전소를 비교하지도 않고 공항 환전소에서 100달러를 유로화로 환전했다. 그리고 유로화와 환전 영수증을 바라보며 비로소 내 어리석음을 자책했다. commision으로 8유로가 사라진 것이었다. 돈을 날리고 그제야 공항 환전소에서는 절대 환전을 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럽에선 8유로로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많다. 유럽 어디서든 점심 한 끼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바르셀로나에서 타파스와 함께 달콤한 까바(스파클링 와인의 한 종류) 한 잔을 곁들일 수 있다. 그리고 리스본에 있는 페이스트리 데 벨렘에서 에그타르트를 무려 8개 살 수 있다. 뮌헨에선 소시지 한 접시와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환전을 할 땐 공항 밖을 나가서 해야된다. 무조건!!
시내엔 여러 환전소가 있으니 환전소의 환율을 비교해가면서 환전을 하도록 하자.
참고로 런던에서 가장 환율이 좋은 환전소는 Thomas Exchange Global이다. Thomas Exchange Global은 빅토리아 지역과 코벤트 가든 2곳에 있다.
내가 저지른 실수 중 치명적인 실수는 현금을 넉넉히 챙겨오지 않은 것이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우리나라처럼 소액 카드 결제가 가능할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우리나라만 정말 살기 편한 나라였다.
유럽엔 10유로 이상부터 카드 결제 가능한 곳이 많았다. 뮌헨의 어떤 초콜릿 가게는 20유로 이상부터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고 내 카드를 거부했다. 그래도 이 정도는 고마운 편에 속한다.
포르투갈에 있을 땐 당황스러운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이 녀석들 현금만 좋아한다. 카드 안 받는 곳이 너무 많았다. 리스본 시내에 있는 케밥집도 only cash였고 심지어 유적지 중에 현금만 받는 곳도 있었다. 좀 고급져보이는 식당 혹은 카페 정도만 신용카드를 받았다.
포르투갈에서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은 리스본 일정 마지막 날에 벌어졌다. 리스본 일정을 마치고 포르투로 가기 위해 rede expresso(포르투갈 고속버스 회사) 정류장에 도착했다. 매표소에서 직원에게 카드를 내밀었는데 직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오로지 포르투갈 로컬 신용카드만 받는다는 것이었다. 단돈 20유로가 없어서 포르투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 순간 고개를 돌려보니 한국인 여행객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분들에게 사정을 설명한 뒤 계좌이체로 28000원을 보내고 20유로를 받았다. 항상 이런 요행을 바랄 수는 없었기 때문에 현금 부족은 여행 내내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유럽 여행 마지막 날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을 가기 위해 르와시 버스(공항 직행 버스) 정류장이 있는 오페라역으로 갔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 티켓 자동 판매기가 고장나서 버스 기사에게 현금으로 버스 티켓을 사야만 했다. 하필이면 수중엔 현금 6유로 밖에 없었다.(르와시 버스 티켓은 11유로) 체크카드 핀번호 6자리를 까먹어서 현금 인출기를 이용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버스 정류장에서 헤매고 있을 때 기적처럼 한국인 여행객이 버스 정류장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그 분에게 5유로를 빌려서 공항으로 향할 수 있었다.
여행 중에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들은 임기응변으로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은 요행수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행 준비를 할 때 필요한 현금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지 못했기 때문에 환전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모가 주신 유로화랑 엄마가 준 달러를 갖고 여행을 떠났다. 중간중간 환전을 하며 다니긴 했지만 현금이 부족해서 불편한 적이 많았다. 특히 여행지에서 사귄 외국인 친구들과 같이 다닐 때 난감한 상황이 많았다.
다음에 여행을 떠난다면 현금을 충분히 챙겨갈거야!!
왜 체크카드 핀번호를 메모하지 않았을까??
포르투갈에서 ATM에 갈 때마다 메시지창에 핀 번호 입력이 잘못 되었다고 나왔다. 그래서 결국 현금을 뽑을 수 없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스마트폰에 체크카드 비밀번호 정도는 메모하고 여행을 떠나도록 하자.
여담이지만 모바일뱅킹용 보안카드도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다니는 것이 좋다. 여행을 다니면서 은근히 계좌이체를 많이 하게 된다. 심지어 길가나 카페에서 계좌이체를 하기도 한다. 해외에서 보안카드를 분실하면 정말 답이 없다. 그래서 보안카드를 스캔해서 휴대폰에 저장하면 좋다.
체크카드 핀번호, 보안카드 뿐만 아니라 자주 사용하는 웹사이트 비밀번호 정도는 각자의 비밀스런 공간에 메모하도록 하자!!
여행을 다니면서 유심 구매에 돈을 너무 많이 썼다. 계산해보니 거의 10만원을 썼다.
나의 첫 여행지는 파리였다. 파리의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Orange(SKT, KT 같은 통신사)에 갔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단 한 가지, 1GB에 40유로인 유심 뿐이었다.
날강도도 이런 날강도가 없었다. 파리에 오자마자 눈탱이를 맞고 말았다. 그리고 파리와 바르셀로나에서 1주일 만에 1GB를 다 쓰고 말았다. 결국 바르셀로나에서 삼일 정도는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만 카톡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포르투갈에서는 MEO 유심을 샀다. 가격은 Orange보단 훨씬 저렴한 1GB에 10유로. 하지만 MEO의 단점은 포르투갈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파리와 바르셀로나에서 1GB를 다 써버린 경험 때문에 포르투갈에선 데이터를 굉장히 아껴썼다. 그래서 포르투갈을 떠날 때 데이터가 500MB나 남았다.
결국 런던에 도착했을 때는 무선 데이터를 쓸 수 없어서 불편을 겪었다. 그러다 도착한지 이틀만에 쓰리심 매장에 갔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두 가지, 1GB에 10파운드와 12GB에 20파운드였다. 다음 코스인 프라하와 뮌헨에선 쓰리심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1GB를 선택했다. 애초에 한국에서 쓰리심을 샀더라면 프랑스에서 유심을 40유로에 사는 바보같은 짓은 안 했을텐데 하는 후회를 했다.
뮌헨에선 어쩔 수 없이 유심을 또 샀다. 우리나라의 전자랜드와 비슷한 Saturn에서 O2 유심을 샀다. 참고로 독일에서 유심을 가장 싸게 사려면 통신사 대리점이 아닌 Saturn으로 가야 한다. 베를린도 마찬가지다. 베를린은 500MB만 살 수도 있는데 뮌헨에선 무조건 1GB 이상 사야한다. (Saturn 직원 굉장히 불친절하다) 뮌헨 일정이 3일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데이터를 다 쓰지도 못하고 독일을 떠나게 됐다.
혹시 런던에서 유럽 여행을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런던에서 쓰리심 사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쓰리심을 살 수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호스텔 샤워실엔 당연히 욕실 슬리퍼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한인 민박만 욕실 슬리퍼가 있었다.
호스텔에 있을 땐 샤워를 끝내고 맨발로 복도를 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다. 샤워를 한게 말짱 도루묵이 됐다. 맨발로 돌아다니는 것이 너무 싫어서 욕실 슬리퍼를 샀다.
기왕이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삼선 슬리퍼 정도 챙기는게 좋다. 여행지에서 욕실용 슬리퍼 파는 매장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많은 미술관, 박물관, 유적지에선 학생증을 제시하면 학생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굳이 국제 학생증이 아니어도, 졸업한지 오래되어도 상관 없다. 유럽 사람들은 동양인을 굉장히 어리게 본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구엘 공원,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등 가우디 건축물과 그 밖에 미술관은 학생증을 제시하면 3유로 정도 할인 받을 수 있다.
겨우 3유로 할인 받을거 뭐하러 학생증 챙기냐고? 바르셀로나에서 3유로로 할 수 있는게 정말 많다. 바르셀로나에서 3유로로 맥주 2잔 마실 수 있다. 타파스 1개 먹을 수 있고, 하몽이 들어있는 샌드위치가 대략 3유로 정도 한다.
그리고 가우디 건축물 네 곳에서 모두 학생 할인을 받을 경우 대략 12~15유로 정도 아낄 수 있다. 15유로면 레스토랑에서 샹그리아 혹은 까바와 함께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다.
바르셀로나를 여행할 때 카사 바트요와 카사 밀라를 하루에 갔다왔었다. 그런데 깜빡하고 학생증을 숙소(떼아모 하우스)에 놓고 와버렸다. 카사 바트요에선 티켓 오피스 직원에게 사정을 말하니까 학생 할인을 적용해줬다. 하지만 카사 밀라는 달랐다. 철벽이었다. 할 수 없이 성인 요금을 내고 카사 밀라에 들어갔다.
리스본의 상 조르제 성도 학생증을 제시하면 3유로 정도 할인 받을 수 있다. 런던의 코톨드 갤러리에서 학생증을 제시하면 50% 할인된 5파운드에 입장료를 구매할 수 있다.
파리는 한국 학생증이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유럽에서 발급받은 학생증만 할인 받을 수 있다.
파리에서 5일 이상 머무를 경우 뮤지엄 패스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뮤지엄 패스의 가장 큰 장점은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경우 보안 검색 때문에 30분 정도 줄 서야 한다. 뮤지엄 패스가 있다면 줄을 서지 않고 바로 보안 검색대로 향할 수 있다. 오랑주리 미술관과 오르셰 미술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바토 무슈 티켓 같이 한국에서 더 싸게 살 수 있는 티켓도 있으니 잘 알아보고 가자!
여행 다니면서 틈틈히 읽으려고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와 손미나씨가 쓴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를 들고 유럽으로 떠났다.
그래서 책은 읽었냐고? 아니... 한 장도 못 읽고 돌아왔다.
매일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숙소에 도착하면 골아 떨어지기 일쑤였다. 결국 책은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책이 불필요한 준비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술관에 가보니 곰브리치 미술사 같은 참고 서적을 들고 작품 감상하는 사람도 꽤 많았다. 한적한 곳에서 에세이를 읽는 것도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혹시 노트북을 챙겨간다면 영화 몇 편 정도는 다운받아 가는 것도 좋다. 나는 카타르 하마드 공항에서 대기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라운지에서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미드나잇 인 파리'를 봤는데 파리를 갔다온 직후에 본거라 느낌이 남달랐다.
멍청한 실수는 아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서 아쉬움을 느낀 부분도 몇 가지 있다.
우선 좀 더 어릴 때 유럽에 다녀올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 이렇게 좋은데 왜 그동안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저가항공을 미리 티켓팅 하지 않은 것도 아쉬웠다. 1달 간의 여행 기간 중 한국에서 미리 일정을 확정지은 기간은 1주일 정도 였다. 여행지가 마음에 들면 하루 더 머물다 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이것이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계획을 느슨하게 잡은 것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비행기 티켓팅을 출발 이틀 전에 한 적도 있어서 돈을 많이 쓰기도 했다.
이번 여행에서 저지른 실수들은 다음 여행의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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