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적, 소매치기
유럽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소매치기다.
소매치기가 많기로 유명한 파리와 바르셀로나를 이번 여행지에 넣었기 때문에 떠나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유럽 여행을 갔다온 사람에게 가장 먼저하는 질문은 항상 "소매치기 안 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였다.
특히 여행을 떠나기 전 지인들로부터 공항에서 캐리어를 통째로 잃어버렸다는 얘기, 지하철에서 집시 떼들에게 옷까지 빼앗긴 얘기들을 들을 때면 등골이 오싹했다. 그리고 몽마르뜨 언덕에 있는 흑형들은 너무나 유명했기 때문에 파리에 갔을 때 몽마르뜨를 가야할지 말지 고민하기도 했다.
걱정을 많이 했다. 걱정한 만큼 긴장도 많이 했다. 그리고 긴장한 덕분에 걱정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여행을 다니면서 나에게 정말 중요한 물건과 덜 중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었다.
우선 여행 중에 정말 중요한 물건. 다시 말하면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는 물건들이 있다.
그건 스마트폰, 신용카드, 여권이다.
우선 스마트폰. 나는 이번 여행에서 스마트폰으로 여러가지 일들을 해결했다.
호스텔 예약, 항공권 부킹과 체크인, 보딩 패스 저장, 지도 검색, GPS, 사진 및 동영상 촬영, 송금,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 연락처 저장, 메신저 채팅 등등 이 모든 것들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했다. 심지어 알람도 스마트폰으로 설정한다.
스마트폰에는 여권 사본, 은행 보안카드 등 중요 문서와 여행지에서 찍은 수천장의 사진이 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소매치기 당하면 여행의 추억은 모두 사라지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여행을 다녀야만 한다. 그래서 스마트폰에 탈부착식 고리를 달고 늘 손에 쥐면서 다녔다.
아무리 조심하고 조심한다지만 소매치기의 위험은 어디서든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혹시 소매치기 당할 경우를 대비해서 항상 구글 포토(Google Photo)와 구글 드라이브(Google Drive)에 파일 백업을 했다.
신용카드도 스마트폰 못지 않게 중요한 물건이다. 호스텔, 비행기 티켓은 대부분 앱을 통해 신용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에 요즘 여행자들에겐 현금보다 신용카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꺼번에 많은 현금을 들고 다니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신용카드는 혹시 모를 분실에 대비해서 예비로 하나를 더 갖고 다녔다.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 하나은행에서 하나viva 체크카드를 만들었다. 이 카드의 장점은 결제 수수료가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스페인 BBVA은행에서 하나viva 체크카드로 현금 인출을 할 경우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여권. 여행 다닐 땐 여권이 가장 중요하다. 여권이 없으면 다른 나라로 이동할 수 없다. 스마트폰도 신용카드도 무용지물이다.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된다.
여행 중 가장 중요한 물품 3가지를 소개했으니 본론으로 들어가보도록 하겠다. 이제 내 경험을 바탕으로 소매치기 예방하는 법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여행지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식당 혹은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테이블에 올려두는 것이다. 이것은 소매치기들에게 자신의 물건이 여기 있다고 광고하는 것과 다름없다. 여행지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곳이다.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스마트폰 혹은 지갑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수다나 먹는 것에 정신팔려 있게 되면 여러분의 스마트폰은 소매치기의 선물이 될 것이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점과 스타벅스 같은 체인점 카페에 가게 된다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홈리스들이 밤에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 맥도날드다.
식당, 혹은 카페에 가게 되면 되도록이면 사람이 덜 지나다니는 코너 쪽에 자리잡는 것이 좋다. 그런 자리에 앉게 되면 안전하게 당신의 물건을 지킬 수 있다.
소매치기는 어느 곳이든 숨어서 당신을 지켜본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특히 우리 같은 동양인은 유럽에선 굉장히 튀는 외모이기 때문에 소매치기의 표적이 되기 쉽다. 특히 스페인에 가게 되면 한국 사람은 다른 사람 눈에 잘 띈다.
공공장소에선 절대 정신을 팔면 안된다. 정신이 팔린 사람은 소매치기의 표적이 되기 쉽다.
바르셀로나에서 동행하던 친구가 지하철 역 벤치에 앉아 정신없이 스마트폰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쁘고 젊은 여자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순간 나는 그 여자와 눈이 마주쳤고 그 여자는 씩 웃으며 저 멀리 걸어갔다.
특히 관광지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 조심해야 한다. 포즈 잡는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짐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특히 여성 분들!! 사진 찍는다고 가방을 다른 곳에 잠시 두는 경우를 많이 봤다. 사진 찍느라 시야에 잠시 다른 곳에 둔 가방을 영영 못 찾게 될지도 모른다.
어디를 가던지 정신 차려야 한다!!
뒷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는 것도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우리 몸에서 엉덩이는 가장 둔감한 부위 중 하나다. 오죽하면 엉덩이의 다른 말을 둔부라고 할 정도니... 특히 스키니진을 입었을 때 스마트폰을 뒷주머니에 넣으면 눈에 확 튄다.
가우디 투어를 할 때 가이드가 재밌는 얘기를 해줬다. 관광객 중 한 분이 빽바지를 입은 채 스마트폰을 뒷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것이었다. 가이드는 그 분에게 스마트폰을 뒷주머니에 넣으면 소매치기의 표적이 되니까 다른 곳에 넣어두라고 권했다. 하지만 그 관광객은 스마트폰을 뒷주머니에 넣어야 패션이 된다고 우겼고 가이드는 그 분을 설득시키는 것을 포기했다. 결국 그날 점심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그 분의 스마트폰은 도난당했다고 한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지갑도 마찬가지다. 뒷주머니엔 아무것도 넣지 마시길...
"가방은 앞으로 메고 다녀."
여행 가기 전에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그런데 공항 말고는 백팩을 멜 일이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백팩을 멜 만큼 물건을 많이 들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테러 이후 공공장소에선 백팩을 멘 사람에 대해선 보안 검색을 강력하게 하기 때문에 관광지에선 가급적 백팩을 메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서 여행 중에 내 백팩이 가장 오랜 시간 머물렀던 곳은 호스텔이었다. 호스텔에서 룸메이트들과 친해졌지만 그들을 100%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서 백팩에 자물쇠를 채웠다. 물론 여권, 현금, 노트북 같은 귀중품은 라커에 보관했다.
이른 시간에 비행기를 탈 경우 체크인 시간 이전에 도착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호스텔에 있는 짐 보관소에 캐리어와 백팩을 보관하고 호스텔 밖을 나가게 된다. 이런 경우도 도난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래서 캐리어와 백팩에 자물쇠를 채워둔다면 호스텔 짐 보관소에 짐을 맡겨두더라도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
파리와 바르셀로나에 있을 땐 항상 쌕(sack)을 메고 다녔다. 쌕 안에는 신용카드, 학생증, 현금 등을 넣고 다녔다. 점퍼 위에 쌕을 메고 다니면 다른 사람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쌕을 멘 후 그 위에 점퍼를 입었다. 그러니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그리고 쌀쌀한 4월에 여행을 갔기 때문에 점퍼를 입어도 덥거나 땀이 난 적은 거의 없었다.
아직 여름에 유럽 여행을 다녀본 적은 없다. 그래서 여름에는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명확한 답을 줄수는 없다. 다만 호주머니에 넣는 것보다는 쌕에 넣는 것이 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지갑이나 카드를 넣고 그 위에 물 같은 무거운 것을 덮는다면 소매치기가 중요한 물품을 훔치긴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쌕은 앞으로 멜 것!
겨울보다는 여름에 소매치기들이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행히 내가 파리에 있을 땐 집시와 거의 마주치지 않았다. 마주친다고 하더라도 무리지어 다니는 이들과 마주친 것은 아니었다. 유럽에 가면 누가 집시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누더기 옷을 입고 꾀죄죄하게 다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리에 가면 누가 집시인지 누가 파리지앵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본인에 맞게 매력적으로 옷을 입는 파리지앵과 꾀죄죄한 집시는 확연하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집시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다. 주요 관광지에서 설문조사를 한답시고 뒤에서 소매치기를 한다는 얘기, 말을 걸더니 시비를 걸거나 저주를 퍼붓는 얘기 등등... 여행할 때 집시와 마주쳐서 좋을 일은 하나도 없다. 그러니 집시가 보이면 무조건 피할 것!
싼게 비지떡이다. 숙소도 마찬가지다. 1박 비용이 저렴할수록 치안이 나쁠 가능성이 높다. 여행을 떠나기 전 파리 숙소를 정하기 전에 파리에 4년째 살고 있는 친한 누나에게 물어봤다. 누나는 18~20구는 무조건 피하라고 했다. 18~20구가 파리에서 치안이 가장 안좋기 때문이다. 치안이 안 좋으면 밤에 소매치기 당할 위험이 크다. 심지어 강도를 만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15구에 위치한 3 ducks hostel에 갔다. (교통도 편리하고 좋았다. 걸어서 15분이면 에펠탑도 갈 수 있었다)
그래서 여행 다닐 때 숙소는 주로 중심가에 위치한 호스텔로 정했다. 그래서 여행 다니는 동안 밤에 혼자 서도 아무런 문제 없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다.
소매치기는 어딜 가든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소매치기를 경계한다고 자신에게 용기내어 다가오는 친구들까지 경계한다면 여행의 즐거움이 반감될 수 있다. 그래서 여행 중에는 좋은 사람들을 분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런 안목을 갖춘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여행자들에겐 꼭 필요하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일은 없으시길!!
즐거운 여행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