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잘했어. 너의 선택이 옳아.
어젯밤 친구에게 오랜만에 카톡이 왔다. 얼굴 못 본지 거의 5~6년 된 녀석에게 말이다.
“정민아 잘 지내나?”
“오ㅎㅎㅎㅎ 올만이네ㅋㅋㅋㅋㅋ ”
“응. 잘 지낸다. 카톡 프사보니 외국인듯? 지금은 한국에 있나?”
“응. 저건 작년 4월에 찍은 사진이다. 지금 서울에 있지.”
“오래됐네. 어떻게 지내나 해서 연락해봤어.”
이렇게 시작된 우리들의 대화.
자연스레 서로의 근황을 묻게 되었고, 내가 대학원 다니는 얘기 녀석이 A대 로스쿨에 다니다 그만두고 고향 K대 로스쿨에 합격해 이번 3월부터 다닌다는 얘기를 주고받게 되었다.
그런데 이 녀석. 왜 A대 로스쿨(심지어 그 녀석의 모교인데)을 그만두고 K대로 가게 되었을까? 남들과의 경쟁에도 밀리지 않고 잘 이겨내던 녀석이 왜 그랬을지 궁금했다.
대화는 “내일 만나자”로 마무리되었고 오늘 오후 녀석을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마지막으로 봤던 그때나 지금이나 녀석의 얼굴은 변함없었다. 녀석에게 나의 스펙타클했던 유럽 여행기도 들려주고 대학원 얘기도 하다가 대화의 화제가 그 녀석에게로 넘어갔다.
“로스쿨 얼마나 다녔었는데?”
“1달 다니다 그만 뒀다.”
“왜?”
처음엔 파벌 때문이라고 했다. 소위 명문대가 아닌 우리 학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출신고교 별 파벌이었다. A대 로스쿨의 학생은 Y외고, D외고, M고 출신이 대다수를 이루었고 동문들끼리 뭉쳐 시험 족보 등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방 출신인 녀석은 비슷한 처지의 지방 출신들과 어울렸지만 이들은 소수였고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건 견딜 수 있었어.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던 거니까”
하긴 녀석이 대학생 시절에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었을까?
결정적 이유는 파벌이 아니었다.
“로스쿨에선 시험 준비할 때 법전을 요약하거든. 수업 시간 필기도 적어두고. 그런데 시험 날이 다가오면 애들이 다른 사람의 사물함을 부수고 요약 정리한 자료들을 훔쳐버리는 거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아주 X되보라고. 우리 학교에서 그런 일들이 일상적이었어. 그게 날 미치게 만들더라고. 법 공부는 힘들지 않았는데 말이야.”
그렇게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딴 놈들이 법조계, 정계로 진출해 사회 지도층이 되지 않겠는가? 제 2의 김기춘과 우병우들이 지금 어딘가에 남을 짓밟을 궁리로 법전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나라 꼴이 얼마나 더 엉망이 될까?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감은 녀석을 힘들게 만들었고 로스쿨을 그만둔 뒤 한동안 방황을 했다고 한다.
우리의 대화는 블로그와 브런치를 해보라는 것과 페이스북을 잘 활용해보라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소설 쓰는 것이 과제였던 A교수 수업에서 A+를 받은 그 녀석의 필력은 브런치 인기작가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녀석의 순수함과 정의로움이 변호사로 활약하는 그 때에 빛을 발했으면 한다. 야망이 아닌 신념을 가진 정치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친구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