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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민 Feb 08. 2016

정의윤. 박병호와 평행이론?

또 한번 증명되는 탈쥐효과


(사진 출처 : 엑스포츠뉴스)



올 시즌 삼성 외 9개 구단 선수 중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정의윤이다. LG 시절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하다가 시즌 중 문학구장으로 둥지를 옮기고 나서 드디어 포텐이 터졌기 때문이다.


정의윤은 2005년 데뷔 이래 LG에서 733경기에 출전하면서 0.261, 521안타, 31홈런, 233타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LG 팬들의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2013년엔 데뷔 첫 세자리 수 안타를 기록하며 LG 팬들을 설레게 했지만 2014년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미끄러졌다. 그리고 그 부진은 2015년에도 이어졌고 이적 전까지 LG 트윈스에서 32경기 타율 0.258 17안타 7타점을 기록했다.



(사진 출처 : OSEN)



많은 팬들은 정의윤이 SK로 이적하던 날 박병호를 떠올렸다. 박병호가 넥센으로 이적하면서 리그 최고 타자로 자리매김한 것처럼 박병호와 비슷한 포텐셜을 가진 정의윤도 그럴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홈구장 때문이다. 목동구장 만큼은 아니지만 인천 SK행복드림구장(구 문학구장)도 대표적인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다. 타 구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펜스까지 거리가 짧고 펜스가 낮기 때문이다. 잠실구장에서 뛰던 타자가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이나 목동구장에서 뛸 경우 '이 정도면 넘길 수 있겠구나.'하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사진 출처 : 스포츠동아)



'혹시나 정의윤도 탈쥐효과?'라고 팬들의 막연한 예상은 결국 현실화 되었다. 이적 후 곧바로 주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정의윤은 8월에 타율 0.269, 홈런 4개, 19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이 낮은 것이 아쉬웠지만 가공할만한 타점 생산능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9월에 본격적으로 파괴력이 드러났다. 9월 한 달간 9홈런, 24타점을 기록했고 타율은 무려 0.422였다. 7~8월에 중하위권에 머물던 SK가 반등할 수 있었던 원인은 정의윤의 각성에 있었다.


정의윤은 타율 0.320, 14홈런, 83안타, 51타점을 기록하며 2015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SK와이번스로 이적한 이후 성적만 놓고 보면 타율, 출루율, 장타율은 0.342, 0.419, 0.617였다. (OPS 1.036) 그리고 지난 시즌 14홈런은 모두 SK 이적 후 기록했다. 이 기록이 의미있는 이유는 정의윤이 지난 시즌 데뷔 후 첫 두 자리수 홈런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정의윤의 지난 시즌 기록이 가치있는 이유는 팀이 필요한 순간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정의윤의 득점권 기록은 타율 0.351(74타수 26안타), 7홈런, 44타점이었다. 그리고 7회 3점차 이내 상황에서도 타율 0.333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타석 상황의 중요도를 나타내는 레버리지 인덱스(LEV)를 보더라도 정의윤의 위력이 드러난다. LEV가 높을수록 타석의 중요도가 높은데 정의윤은 LEV가 높을수록 타석에서의 집중력을 드러낸다.


Low LEV(<=0.7)   0.286 (119타수 34안타) 7홈런 21타점

Medium LEV        0.365 (96타수 35안타) 6홈런 16타점

High LEV (>=1.6) 0.318 (44타수 14안타) 1홈런 17타점

High+ LEV (>3.0) 0.600 (5타수 3안타) 4타점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올 시즌 정의윤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는 트레이드 후 그가 SK의 해결사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석에서의 자신감이 생긴 것은 정의윤에게 가장 큰 수확이다. 이는 2011년 박병호가 트레이드 이후 바뀐 모습과 흡사하다.


다만 시즌을 풀타임으로 소화한 적이 드물기 때문에 체력과 부상관리가 중요하다. 그리고 지난 시즌과 달리 이젠 상대 팀의 집요한 견제를 이겨내야 한다. 정의윤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올 시즌 성적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정의윤은 앞서 말한 체력, 부상관리, 상대 팀의 견제를 잘 이겨낸다면 충분히 3할 30홈런 100타점 그 이상을 기록할 수 있다. 상황별 타격 지표가 좋고 컨택과 파워가 리그 상위권이기 때문이다. 4번에 배치될 경우 최정과 함께 공격에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드디어 노망주 꼬리표를 떼어낸 정의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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