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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야 Jun 06. 2022

<소멸>

한 입 두 입

땅이 먹혀들어 간다     

발등 덮은 파도는 간간한 향 잃은 지 오래다


죽은 것만 즐겨먹는 입은

살아남을 생명을 정해놓고는

맥락 없는 말 싣고 넘실거린다


어졸하여 휩쓸린 사람은

터져 나오는 아가 울음소리에도

겁에 질려 등을 지고 도망친다


바람에 붙잡힌 물이

진흙에 나이테를 만드는 동안

시간은 쓸려가서 밀려오지 않는다


고향에 놓고 온 아이는

누기에 짭짤하게 절여지며

작고 잘게 조각나 부서진다  


제 손을 떠나 생겨난 저주에

조물주는 두려움의 향을 피우고

도파에 맴도는 멸망은

처량하긴커녕 찬연하다

     

한 입 두 입

땅이 먹혀 들어간다

체한 바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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