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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야 Jun 18. 2022

평화는 세계

3월 우크라이나 평화행동 촛불집회 일지

2022-03-04

 우크라이나 평화를 지지하는 촛불집회에 다녀왔다.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우크라이나 국기를 어깨에 두른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이 내일이 기다려지는 밤을 맞이하길 함께 소망했다. 메인 구호는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그리고 "No War"이었다. 지금 이 시기 나의 가장 큰 소원이기도 하다. 그저 나는 딱 한마디 더 외치고 싶다. "러시아에도 평화를" 거대한 욕심이 뒤엉킨 탓에 국민들이 대통령을 부끄러워하는 한 나라에게도 평화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이 또한 앞서 말한 나의 소원과 온전히 같은 뜻이다. 
 
 반전이 곧 평화를 의미하진 않는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여러 조건이 퍼즐처럼 다 맞춰지고 나서야 비로소 '평화'다. 언제나 쉽게 어그러지기에 이 수많은 사람과 지난한 시간 그리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평화를 염원한다. 주권을
공격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폭력을 선택한 러시아에게도, 인도주의인 척 무기만 쥐어주는 그 대단한 국가들에게도, 전쟁 위협을 더 큰 협박으로 막자고 하는 나의 나라에게도 깊고 넓은 평화가 깃들기를 간절히 정말 간절히 바란다.


 콘스탄틴 님이라고 소개되신 한 우크라이나인 참가자의 발언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여러분은 지금 이 모든 것이 8일 만에 일어난 일로 알고 계시겠지만, 아니다. 8년 전부터 러시아의 제노사이드가 이어졌다"며 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국가의 독립을 위해 싸워본 한국에게 지지와 지원을 부탁하기도 하셨다. 그는 'should' 대신 'begging'으로 바꿔 말씀하셨지만, 나는 우리가 확실하고 뚜렷한 지지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콩에게도.) 영연이 가장 인상 깊어한 부분인데, 마칠 때쯤 본인 나라의 대통령을 칭찬하시면서 자신이 지금 조국에 있었다면 대표자의 행보에 왈가왈부할 수 있었겠지만 자신은 지금 외국에 있으니 그에게 존경심과 믿음을 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쟁 중인 조국을 먼발치서 지켜봐야 하는 그의 마음과 고민이 느껴졌다. 그의 말씀처럼 다 같이 힘을 모아 나라를 지키려 노력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매우 지지하고 응원한다.



2022-03-11

 러시아어로 '세계'를 말하는 단어 мир미르는 '평화'를 뜻하는 단어 мир미르와 동음이의어라고 한다. 지금 상황에서 보니 두 단어는 완벽한 동어다.



2022-03-18

 3차 집회에 다녀왔다. 한국 뉴스로는 믿지 못하다가 우크라이나에 사는 친구를 통해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알게 된 우크라이나인 올리아 님의 발언, 형제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게 된 고려인들, 피난민들이 어딜 가서도 인종차별을 받지 않길 바라는 이주노동자들, 일상의 물건과 행동으로 폭력을 막아내려는 우크라이나인에게서 소성리 주민들의 모습을 발견한 사드 반대단체까지. 다양한 입장의 연대발언을 듣게 되어 소중하고 감사했다. 덕분에 조금 더 깨어났다. 시작 전에 교회 앞 카페에서 마공, 바다와 함께 피켓을 만들었다. 이들과 뭐라고 쓸지 언어를 고르고 고민하며 집회 시작 시간을 기다리는 시간도 참 좋았다. 내가 이들과 이야기 나눈 시간이 집회 내내 추위를 이겨낼 힘이 되었듯, 여기에서의 우리들의 시간이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잠깐의 공포만이라도 이겨내는 힘이 되길 바란다. 오늘도 나의 간절한 소망은 평화를 바라는 그들에게 향해 있다.



2022-03-25

 조교님이 알려주신 것처럼 4차인 오늘이 정말 마지막이었다. 첫 공지로는 매달 금요일마다 진행하다 전쟁이 끝나면 멈춘다고 하여 '마지막 집회'라는 문구는 희망찬 끝맺음 때 쓰려고 했다. 그러지 못해 아쉽다. 사실 마지막은 아니다. 다른 형태로 계속 진행된다고 한다.
 
 오늘은 국가들이 러시아 석탄연료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기후위기비상행동 활동가의 발언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래서 다음날 약속 장소를 옮겨 마공과 청년기후긴급행동 집회에 가기로 했다.) 그리고 비 오는 현장을 뜨겁게 만들어준 레츠피스... 정말 멋지다. 온몸으로 두기둥둥 평화를 외치는 그들 덕분에 우리의 외침에 더 거대한 힘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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