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을 공유하는 것도 이제 지쳤다.

SNS도 지친 한국인들

by 정올디

최근 주변 사람들을 보면 인스타그램을 필두로 한 SNS에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이 뜸해졌다.

계속 남아있는 게시물 대신 하루 후 삭제되는 스토리를 더 많이 올린다.

나 또한 게시물은 거의 올리지 않게 되었고, 스토리를 간혹 올리곤 했는데, 이젠 게시물을 올리느라 사진을 고르고, 그것을 편집하고, 반응을 기다리는 것이 지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제 SNS로 내 일상을 공유하는 것도 지쳤다고 감히 주장한다.

초창기 인스타그램의 경우 내 일상 중 가장 멋진 부분을 자랑하듯 공유했었지만, 이제는 나를 직접 드러내기 위해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부분을 고르고, 그것을 더 빛나게 편집하고, 공유하고 나서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며 전전긍긍하는 것에 다들 지쳤다.

대신 내 일상은 공유하면서도 금방 휘발되어 사라져 버리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많이들 사용한다. 어차피 없어져버릴 것이니 지금 내 일상만 간단히 공유하면 되고, 금방 사라져 버리니 부담도 적기 때문이다.


아니면 아예 익명으로 새로 계정을 만들어 내 일상이 아닌 잡지 형식의 포스팅을 하는 것도 늘어났다. 또는 스레드와 같은 간편한 형식으로 본인이 설정한 콘셉트에 맞는 글만 공유하는 형식을 취한다.


과거에는 인스타그램으로 비롯되는 SNS에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곤 했다. 각자 최고의 순간만을 공유하는 SNS를 통해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허우적거리는 경우가 많았고, 또한 사진으로 편집된 순간만을 위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문제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그 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

SNS에 최고의 순간만을 공유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껴서가 아니라 이제 그 조차도 귀찮아졌기 때문이다.

이것을 과연 긍정적인 변화로 봐야 할까?


다양한 매체를 통한 풍자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SNS에 최고의 순간만을 편집해서 게시하는 행위를 경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경계를 넘어서서 다들 게시하는 행위 자체에 피로를 느끼고 있다. 더 이상 최고의 순간을 공유할 것이 없어서 일 수도 있고, 한 순간만을 편집해서 올리는 행위 자체에 피로를 느껴 게시를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빈자리를 이제 매거진 형식의 포스팅이 채우고 있다. 정보를 깔끔하게 편집하여 잡지 형식으로 게시하여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형식의 계정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대부분 익명으로 본인의 얼굴을 알리지 않고 정보성 글만을 게시하는 형태이고, 인스타그램 또는 스레드로 내용을 공유한다.

이들 계정은 단순한 정보제공을 넘어서 그것으로 수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굳이 공개하지 않고도 수익을 얻을 수 있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그러한 계정을 많이 팔로우하며 찾아보게 되는 이유는 역시 간편함이다. 잘 정리된 자료를 간단하게 평소 활용하는 SNS를 통해 보게 되면 일종의 죄책감이 덜어진다.

SNS는 인생의 낭비가 맞지만 뭔가 의미 있는 낭비를 한달까?


이제 내 SNS 피드에는 지인들의 일상이 아닌 정보성 글들만 가득하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며 변화한 탓일 수도 있으나, 최근 일련의 상황이 일상을 공유하는 것 자체에 피로를 느끼게 하고, 사람들은 그저 의미 없이 정보성 글들만을 소비하며 습관처럼 SNS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활력을 잃어버린 우리나라에서 얼른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지인들과 안부를 묻는 날이 다시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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