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과거와 현재의 마음 연결
5. 과거와 현재의 마음 연결
과거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니, 현재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과거의 대상이 누구였던, 현재의 마음은 내 마음이고, 내 마음은 그래서 소중하고 아름답다.
고맙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 처음으로 봤던 영화 '러시아워’(1998년)와 ‘올가미’(1997년)에서 ‘고마워, thank you’라는 대사를 본 적이 있다. 모두 수령이나 대통령이 나오는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고마워’와 ‘thank you’가 나온다. 혼돈이 왔다. 그 단어를 왜 사용하는지를 배우들의 상황을 살펴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물어볼 수도 없었다. 감시와 통제가 있는 북한에서는 남한의 비디오를 보고 자신들의 감정과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할 수가 없다.
남한에 와서 하나원에서 생활하면서 종교활동에서도 참여했는데 그때 사람들이 ‘고마워, 감사해’라는 어휘를 사용하였다. 또 교육을 하시는 강사들도 가끔 사용하기도 하였는데, 놀라운 것이 사람이 아닌 것에도 감사라는 어휘를 사용하였다. ‘내가 여기까지 오는 거리가 멀어서 운전하는데 걱정하였지만, 고맙게도 날씨가 개어서 다행이다.’ 등 사람이 아닌 자연 현상을 놓고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도 보게 되었다. ‘감히’ 쓸 수 없는 ‘고마움과 감사’의 어휘를 저렇게 마구마구 쓰는데 별일이 없는 것도 놀라웠다.
내가 처음으로 배운 ‘고맙습니다’는 부모나 가족, 친구가 아닌 김 씨 삼부자(三父子)에게만 사용하는 ‘특별’하고 ‘권위’적인 어휘이다.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장군님 고맙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북한 주민끼리 고마움을 표시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면 ‘잊지 않겠다, 꼭 갚겠다, (너의 행동과 마음을) 알고 있다, 보답하겠다.’ 등 보상의 의미로써의 어휘를 사용하는데, 이러한 어휘들은 감정으로 표현할 수는 없다.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은혜를 갚는다는 것은 좋은 마음이며 어휘표현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에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어휘는 아니다. 북한에서 ‘잊지 않겠다. 꼭 갚겠다, 보답하겠다.’ 등은 김 씨 삼부자의 ‘고마움’에 화답하는 형식의 어휘이다.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에 와서 많은 오해를 받는 것이 이 표현이다.
남한 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이 잘 정착하도록 도와주고 지원해 주고 관심을 두는데, 그 수혜자들은 왜 ‘고맙다.’라고 표현을 해주지 않는지이다. 물론 그 표현을 받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감정표현의 문제로 오해가 왔다.
나는 북한에서 생활하면서 누구한테서도 ‘감사해’, ‘고마워’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으며, 나 또한 누구한테도 사용한 적이 없다.
그렇다 보니 남한에서 감사의 마음을 말로 표현해야 하는데 어색했다.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흔히 사용하는 용어도 아니고, 또 대상이 김 씨 삼부자가 아니었다.
남한 생활에서 분명 고마움은 느끼고 있지만,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 잊지 않으려는 마음은 있다. 그렇지만 ‘감사합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감정의 표현을 어휘로 전달하려는 나의 의지가 필요했다.
요즘 나는 일상을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회사 이메일에서도, 상사의 결재를 받으면서도,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면서도 마무리는 꼭 ‘감사합니다’를 사용하고 있다. 이제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고마워’라는 말을 누군가에게서 들을 때도 있다. 기분이 좋았다. 마음이 즐겁고 편안하고 따뜻해졌다. 이런 기분을 더 받으려면 감사한 일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