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신이 없다.

2-1. 내면의 감정 이해하기

by 소수지
내 정신이 없다.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오면 처음으로 하는 일이 TV를 켜는 일이다. 그날도 TV를 켜고 집 정리도 하고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내 귀를 의심하는 대화가 들려왔다.

“정신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거야?”

놀란 마음에 긴장하여 드라마를 더 집중하여 보았다. 그다음 대화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다음 대화가 더 놀랐다. “오늘 나는 내 정신이 아냐!”

북한에서 ‘정신이 없다’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가 없다. 네이버의 국어사전에 ‘정신이 없다’라는 사람이 매우 바쁘고 또는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정신이 없다’라는 단순히 현재 상황을 나타내는 표현의 어휘이다. 하지만 북한에서 ‘정신’은 태도가 아닌 이데올로기 즉 사상과 연결되어 있다.

북한의 ‘정신’과 함께 쓰이는 어휘들을 살펴보자. ‘백두의 혁명정신 열풍, 백두의 혁명정신으로 무장, 혁명가 정신, 강계 정신, ’ 등은 이데올로기로 연계 되어있다.

북한 사회에서 ‘정신’은 ‘내 정신’이 될 수 없다. 또 ‘혁명정신’을 어디에 두고 다닌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정신을 두고 다닌다는 것은 현재 바쁜 상태가 아닌 이데올로기를 신봉하지 않는 사람으로 평가하기에, 이데올로기를 중요시하는 북한 사회에서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내 정신’이라는 것은 ‘혁명정신’인 이데올로기보다 자신의 정신이라는 것이다. 내가 내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 내 마음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데 북한 사회에서는 ‘나’라는 ‘주체’가 없다. 북한 사회의 ‘주체’는 내가 아닌 김 씨 삼부자이다.

내 정신, 내 마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김 씨 삼부자를 위한 정신과 마음을 배우다 보니 자기 내면의 감정을 들여볼 수가 없었다. 살아있는 몸덩이는 ‘나’인데, 정작 내 마음은 없고, 내 정신도 없었다. 그러기에 내면의 감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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