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깨진 안경알 너머 세상 18
무한이 무한에 가까울수록 유한은 더욱 짧아지고 작아진다. 전진을 잠시도 멈출 수 없는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하다. 오래 살면 오래 살수록 삶은 더 유한해지며, 할당된 삶의 목적과 기대는 작아진다. 작아진 목적은 달성도 쉬워진다. 그래서 오래 살면 누구는 도가 트이고, 누구는 겁대가리가 없어지는 모양이다.
가끔 무한 세계 안에서 아주 보잘것없는 유한 개체 하나가 자신을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려 한다. 그는 그것을 모두의 권리와 이익이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객관화를 시도한다. 그 모두의 권리와 이익은 사실 이기적 욕망을 감추기 위한 위선이다. 보통 이기적 욕망은 타자의 의지를 주관화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주 객관과 주관이 충돌하며 반응한다. 이기적 욕망은 파괴적 존재가 된다.
'욕망은 충돌을 낳고 충돌은 폭력을 낳는다(토마스 홉스)'는 말이 있듯이 욕망을 품은 자는 필연적으로 파괴적으로 변한다. 이기적 욕망은 자신의 보호, 보존,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기에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수많은 욕망이 충돌하면 폭력과 파괴를 불러오는 투쟁이 필연적이다. 파괴적 충돌은 이기적 욕망의 자연스러운 결과인 셈이다.
가끔 엉뚱한 이들이 니체의 '욕망은 힘의 의지...'라는 개념을 발전적이고 창조적인 동력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애써 내리기도 하지만, 의지가 억압되거나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면 잔혹한 파괴성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기적인 욕망과 파괴적 의지는 인간을 대표하는 특성으로 자리한다. 인간만이 가지는 특권으로 자리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욕망한다. 그리고 세상의 중심에서 모든 경계를 파괴하려 한다. 개인, 가족, 도시, 국가 등 모든 사회적 경계는 물론, 사고와 판단, 이성과 감성 모두의 개별적 경계까지도. 경계는 이기적 욕망과 파괴적 의지의 충돌 현장이다. 경계는 항상 혼란스럽다.
인간 말고 세상을 탐하는 존재는 없다. 아직까지는.
'창밖의 동물들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이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마지막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