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여행 1

일상 : 깨진 안경알 너머 세상 19

by 정로각심

오랜만에 짬을 내어 책에 들어갈 사진들을 수집하러 현장으로 향했다. 멀고 가까움은 특별히 가리지 않는다. 그냥 그날그날 생각이 닿은 곳이 목적지가 된다. 시간 날 때마다 수시로 하는 일이다. 언제 완성될지 기약 없는 작업이지만 사진은 직접 구하러 다닌다.


당장 책의 내용이 어느 정도 완성되어 필요한 사진을 찾으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전문 작가가 아니니 글이 술술 지어지는 일이 있을 수 없어 사진을 통해 생각을 만들고 생각의 폭을 넓혀 글을 지어낼 심산으로 하는 일이다. 10년이 걸릴지, 아니면 더 걸릴지 기약은 버리고 하는 일이다. 죽기 전에만 끝낼 수 있으면 좋을 일이다.


"내 언어의 한계는 곧 내 세계의 한계다."라고 비트겐슈타인이 한 말은 '언어는 곧 생각'이라는 말과 함께 '생각이 그 사람의 세계'라는 삼단논법이 가능하니, 그리고 '보는 만큼 알게 된다'는 말도 있듯이 안다는 것은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니, 글이 지어지지 않는다면 많이 보아 많은 생각을 만드는 일이 우선이리라.


글이라는 것이 생각을 밖으로 표출하는 한 방법이니 말과 함께 언제나 조심스럽다. 항상 대상과 함께 표출되어 한번 내뱉으면 주어 담을 수 없는 말과 달리, 글은 내가 보여주기 전까지는 언제나 수정이 가능하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글을 쓴다는 일이. 하지만 말은 실수는 있을 수 있되 즉각적인 반면, 글을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욕심 때문에 즉각적이고 자유로운 표현에 제약이 따른다. 욕심이 생길 때 잠시 글을 멈추고 사진을 찍으러 간다.


사진을 찍는 것이 좋아서 돌아다니는 일이 아니다. 나는 생각을 주으러 다니는 것이다. 세상을 통해 보여진 모습이 생각으로 정리되면 이 생각이 어휘가 된다. 나는 머리가 나빠 부족한 창조력과 상상력을 이렇게 보충한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동남아시아 쪽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관광객 부부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한복은 현장에서 대여하는 것인가 보다.


잘 찍어 드리고 싶었는데 그들이 찍어 달라고 건넨 폰이 너무 낡아 버벅대는 바람에 만족을 드리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 왜 남의 낡은 폰 하나가 내 마음을 순간 울컥거리고 아리게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잘 찍어 드리고 싶었는데...


비록 낡은 폰으로 찍은 사진 몇 장이지만, 한국땅에서의 추억만큼은 새것이니 부디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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