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깨진 안경알 너머 세상 11
경구(警句), 사전적 의미로는 '진리나 삶에 대한 느낌이나 사상을 간결하고 날카롭게 표현한 말'로 풀이된다. 말이 좋아 간결하고 날카로운 표현이지, 어감 자체는 남을 가르치려 하는 훈계에 가깝다. 간결하다는 말에 포인트가 있다. 하나 또는 둘 정도의 짧은 문장으로 된 명령조나 훈계조의 글이다. 성인(聖人) 또는 그에 준하는 위인이 아니면, 진리를 이렇게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가능하더라도 대부분 주워들은 이야기일 확률이 높다.
진리나 삶에 대한 느낌은 보편적이다. 즉, 누구나 다 느끼고 있는 것이며, 일상 또는 범사에 저변 된 사상이다. 그럼에도 한 문장의 짧은 글로 세상을 훈계하려는 이들이 있다. 가끔 바빠서 내가 남을 훈계한다는 사실을 깜빡할 수는 있지만, 그게 반복적이거나 일상적이 되어서는 문제가 된다. 만약 경구를 일상으로 구사하려면, 그것이 우리 모두의 사상이 되어야 하며, 자신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가 될 수 있는 위치여야 한다.
따라서 경구는 사람이 아니라 역사가 남겨야 한다.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한 인간의 즉흥적인 생각이 모두에게 교훈이 될 수는 없다. 나이가 들면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남을 가르치려 하는 것이다. 그나마 나은 방법은 무엇을 하라가 아닌, 무엇 때문에 무엇을 하라가 되어야 한다. 개인의 주장이 근거나 설득력을 갖추면 정당한 주장이 될 수 있지만, 남발된 경구와 같이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글이라면, 알량한 지식이나 지위로 남을 가르치려 하는 것이 되어 버린다.
나는 노력한다. 내 주장이 경구가 되지 않기를, 그래서 가능한 많은 근거나 뒷받침 글들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도 세상의 모든 글들이 결코 기분 좋지만은 않은 것은, 글이란 원래 정보나 지식의 전달을 위해 발명된 것이기 때문이다. 소통은 말로 하면 된다. 지식은 세대를 거쳐 전달되어야 하기에, 숙성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현재 살아 있는 지식에는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기다가 좀 배운 티를 내는 사람이라면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