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서) 독서 3(의 어려움)

일상 : 깨진 안경알 너머 세상 22

by 정로각심

서양사람들은 글을 쓸 때 동어반복을 의식적으로 피한다. 아니 거의 광적으로 싫어하는 것 같다. 그래서 글을 쓸 때 같은 의미지만 다른 단어를 의도적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동양사람들은 동어반복에 대한 거부감은 그리 크지 않다. 반복이 차라리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지시하는 바에 더 집중하도록 하기도 한다.


많은 번역서들이 저자가 의도적으로 사용한 유의어들의 번역에 있어 동양사람들의 언어 관습을 무의식적으로 무시한다. 원작자의 의도에 충실하고자 반복되어도 될 단어들을 굳이 일상적이지 않은 단어로 열정적으로 발굴하여 이해를 어렵게 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글은 번역에 더 신중해야 한다.


외국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것만이 번역이 아니다.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도 번역이다. 본인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항상 독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가끔 유난히 읽기 어려운 책들을 만날 때가 있는데 이는 독자의 무지도 있지만, 역자의 배려가 결여된 경우가 일부 있다. 읽기 어려운 다른 언어로 출간된 좋은 책들을 번역해 주는 것은 너무너무 고마운 일이나 정작 우리가 필요한 것은 작가의 명성이나 분야의 고상함 보다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는 책이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지만, 보기 좋고 맛도 좋고 건강한 양식이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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