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란 선을 잇는 일

by 이정식



걷기란 선을 잇는 것이라고 말한 사람은 레베카 솔닛이었다. 당신이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면 출발지에서부터 이어져 온 선 하나가 당신의 걸음으로 그어지는 것이다. 걷는 발 뒤에서 보이지 않는 선이 거미줄처럼 뿜어져 나오는 상상을 하다 보면 크게 특별하지 않은 것 같은 걸음도 꽤 근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어떤 공간과 장소를 걸으며 잇는 걸까.


그때 이어지는 것은 출발지와 목적지라는 공간만이 아닐 것이다. 기억과 시간이, 감각과 정서도 연결된다고 느낀 것은 집에서 아내가 일하는 병원의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동안이었다.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때론 서로를 완벽한 타인이라고 느끼는 존재. 서로에게 쉽게 겹쳐지지 않는 어떤 지점이 있어서 우리는 서로를 때로 할퀴기도 베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해 버린다면 영원히 우리는 겹쳐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함께.


아내의 출근길, 그가 그어놓은 선 위로 나도 선 하나를 덧대며 걸었다. 그의 지하철과 나의 지하철, 그의 아침과 나의 낮, 환승장의 통로와 역 바깥의 풍경. 어떤 것은 같을 것이고 어떤 것은 다를 것이다. 같고 다른 점을 찾으면서 나는 그의 눈빛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그의 사유와 기억, 정서와 시간마저. 그러자 나는, 걷기란 교량을 놓는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2025. 7. 1.)



4378C69E-34C6-46FE-9926-D2FBA389C8AD_1_105_c.jp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