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학교 심방을 마무리하며
꽤 시간이 지났지만 선물에 관한 가장 선명한 기억 하나.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내게 학교 담임선생님이 주신 빈 노트 꾸러미. 어느 날 엄마는 잠시 후 선생님이 집 앞으로 온다는 소식을 전했다. 나에게 선물을 주려고. 마을 아래 길이 험한 곳으로 선생님이 굳이 내려오지 않도록 우리는 국도가 나있는 도로변을 향해 올라갔다. 그렇게 도로 한복판에서 선생님은 정차하고 선물을 건넸다. 하나당 족히 노트 10권이 넘어 보이는, 붉은 끈으로 꽁꽁 동여맨 대여섯 꾸러미들의 노트들. 딱히 특별하다고 할 수 없는 노트를 받자마자 가슴이 뭉클해진 것은 선생님의 각별한 마음이 보이지 않는 필체로 거기 씌어져 있다는 것을 벌써부터 알아서였을까. 그래서인지 그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여일하다.
이제 나는 입장이 바뀌어,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학교 선생님이 아니지만, 청소년부를 담당하는 목사로서. 기말고사 중인 아이들의 등굣길, 딱히 특별하다고 할 수 없는 선물을 들고. 조금은 어색하게 인사하고 준비한 선물을 주고 짧은 기도를 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내가 건넨 것이 단지 물건만이 아니라,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는 섬세한 마음도 함께 담겨 있음을 아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욱 고마워해 나를 민망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소박한 소망도 드는 것이다. 그들의 기억에 내가 남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언젠가 흔들릴 때-그것이 삶의 외부적인 조건에서건, 내부에서 조용하게 진행되는 침잠이건- 누군가로부터 각별한 마음을 받은 적 있다는 기억이 위로가 되기를. 그러니 쉽게 자신을 포기하지 않기를. (2025.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