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슬픔은
어떤 슬픔은 번역되지 않게 내버려두어야 한다. 내 언어가 그것을 포획해내는 일이 없도록. 그 감정이 애초에 존재하는 것조차 알 수 없도록. 물 위에 쓴 시처럼, 그렇게 가만가만 흘러갈 수 있도록.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언어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규정하는 정체성이어서, 때로 나는 낱말 속으로 숨는다. 특히 슬플 때는 더욱 그렇다. 저 반대의 단어를 향해, 몸을 숙이고 감정을 속이며.
그러니 당신, 부디 슬픔을 번역하지 말아라.
(2019.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