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깨비

'너는 진눈깨비를 닮았구나'

by 이정식

버스에서 내리니 진눈깨비가 허공에 흩날린다.

얇고 새하얀 진눈깨비는 옷에 닿자마자 형체 없이 부서진다.

어둔 하늘에서 새하얀 눈송이들이 촘촘히 내려오는 동안,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잠깐 하늘을 올려다본다.


손을 내밀기도 하고,

유아처럼 아무 경계 없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

압도적으로 작고, 희고, 연약한 것을 보기만 해도

우리의 마음은 왜 아늑해지는 걸까.


그건 어쩌면 우리에게 보호본능을 일으키게 하는 건 아닐까.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장난스럽게 눈을 크게 떴다.

그래서 우리가 실제보다 강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거야.


그 말을 하는 그녀의 입에서 새어나온 새하얀 입김을 보며,

그녀가 진눈깨비를 닮았구나, 라고 그는 생각했다.


(2018. 1. 12.)



IMG_4318.JPG 진눈깨비 전문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계절은 거칠게 몸을 뒤척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