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찌옹수 Sep 09. 2019

이 세상엔 직업은 단 4가지뿐!

[시민의 교양] 직업의 종류


● <직업의 종류> 직업은 단 4가지뿐이다.

1) 투자가

생산수단에 자본을 대어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이나 기업을 말한다. 투자하여 이익을 창출한다.

Ex) 기업의 주식 / 채권 / 부동산 / 화폐 / 자원 / 등

2) 사업가

생산수단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생산수단의 경영자를 말한다.

Ex) 사장 / 대표 / 이사

3) 비임금 노동자

자본가에게 고용되지 않고 자신의 소득 수단으로 소득을 얻는 사람들을 말한다.

Ex) 자유업 / 프리랜서 / 법률가 / 의사 / 회계사 / 교수 / 등 보통 전문직으로 구분되는 직업군들

4) 임금 노동자

자본가에게 고용되어서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Ex) 근로자 / 회사원 / 정규직 / 비정규직 / 일용직 / 아르바이트생 / 등등



● <직업군의 관계> 이제 계급 갈등의 양상은 달라졌다.

노동자 X와 자본가 Y는 다음과 같은 관계를 맺는다. X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100 단위의 가치를 생산해내면, Y는 그중 30 단위를 떼어 X에게 임금을 지불하고 나머지를 자신이 소유한다. X는 임금을 받고 기뻐하지만, 생각해보면 무엇인가 이상하다. 왜냐하면 실제로 100 단위의 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소모한 사람은 X이기 때문이다. Y는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소모하지 않고도 70 단위의 가치를 소유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나? 생산수단을 독점했지 때문이다. 생산수단을 기준으로 하면 직업군의 관계가 단순해진다자본가와 노동자가 구분되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할수록 생산수단의 규모가 커졌고, 자본가 혼자서는 현실적으로 생산수단을 독점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러면서 탄생한 것이 주식회사다. 주식회사의 탄생은 고전적인 관계로서의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을 와해하고, 단순했던 직업군들 간의 관계를 복잡하게 드러낸다.


▶ 주식회사의 탄생

주식회사에 대한 이해는 노동자와 자본가의 관계가 오늘날에 이르러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노동자는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여해서 가치를 발생시키지만, 그 가치를 독점하는 것은 자본가였다. 노동자는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을 뿐이었다. 이러한 관계는 계급 갈등이라는 고전적인 사회 모형의 핵심이 되었다. 주식 화사는 자본주의의 양상을 변화시켰다. 자본주의는 이제 ‘주주 자본주의’가 되었다. 주주 자본주의에서는 노동자와 자본가의 관계가 단순히 이분법적 도식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자본가는 더 세분화되어서 사업가와 투자가로 구분된다. 새로운 착취의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노동자가 발생시키는 가치는 사업가가 가져가고, 사업가가 소유하는 가치의 일부는 투자가가 가져간다.

Y는 아직도 회사의 창립자이며 경영자인 것이 확실하지만, 이제는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일해야 한다. 그 사람들은 주식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다. 주주 자본주의는 주주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을 회사 경영의 중심에 두는 시스템을 말한다. 주주는 노동자로부터 자본가를 거쳐 투자가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관계의 최종 포식자가 된다.



▶ 주주 자본주의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주주 자본주의는 자본가 계급을 둘로 나눴다. 사업가는 투자가를 위해 일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 이것 말고도 주주 자본주의가 바꿔놓은 직업군 간의 관계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노동자의 지위다. 노동자는 이제 노동자에만 머물지 않는다. 노동자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투자가가 될 수도 있다. 주식회사가 생기기 이전의 생산수단들은 노동자가 소유하기에는 벽이 너무도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생산수단이 잘게 쪼개어져 누구나 그 일부를 구입할 수 있다. 노동자는 사업가를 위해서 사업가는 투자가를 위해 일하지만, 투자가들 중에는 노동자가 있는 것이다. 주주 자본주의에 이르러 자본가와 노동자의 계급 대립이라는

이분법은 와해되었다.

자본주의 갈등의 내용은 변화했다. 과거에는 생산수단 소유 여부에 대한 질적 측면의 갈등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에 대한 양적 측면의 갈등이 되었다. 이제 이론적으로는 계급 갈등을 말하기 어려워졌다. 물론 우리는 안다. 이론적으로 그러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계급이라는 표현이 유의미하다는 것을. 아무리 주주 자본주의에 이르러 이론상으로 노동자와 자본가의 계급 대립이 와해되었다고는 해도, 실질적인 격차는 줄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생산수단의 거대화로 인해 그 격차는 더 심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주주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업이 주주의 이익만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다수의 사람들이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독점적인 투자자들만이 이익을 보장받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기업은 독점적인 주주의 이권만을 배타적으로 고려하는 가운데, 해당 기업과 연결된 사회 공동체의 이익을 저하시킬 것이다. 그래서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기업과 연계되어 있는 이해관계자들 전체, 즉 노동자, 소비자, 지역사회, 거래기업 등을 고려하는 자본주의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고 한다.


주주 자본주의와 이해관계 자본주의는 '기업이 존재하는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왜 기업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걸까? 주주 자본주의는 기업의 존재 목적은 주주의 이익이며, 이것이 그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과 미국의 자본주의가 이러한 형태를 띠고 있다. 미국의 경영진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상품을 얼마나 생산하고 판매했느냐가 아니다. 주식의 시세 차익과 배당을 통해 주주의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된다. 20세기에 미국에서 활동했던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Milton Friedman (1912~2006) 은 이렇게 말한다.


밀턴 프리드먼 Milton Friedman (1912~2006)
기업에 주주의 수익률 이외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자유 사회의 기초를 완전히 훼손하는 것이다.
- Milton Friedman -


기업의 책임이란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며,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유일하고 본질적인 기업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기업과 연계된 사회적 이해관계자 전체를 고려하는 것이 기업의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독일과 일본의 자본주의가 이러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방향성을 가진 기업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모든 관계자와의 공존이다. 노조를 비롯하여 지역사회의 일반 주민들까지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기업 경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


A) 주주 자본주의 : 주주의 이익

B)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 사회 동종체의 이익


물론 오늘날의 기업들은 극단적으로 한 가지 형태를 띠는 것이 아니라 혼합된 모습을 보인다. 즉, 하나의 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에 대해 신경을 쓴다. 노조 활동을 인정하고, 지역과 환경에 투자하며, 기부와 봉사 등 사회적 활동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방향성에 있다. 현재의 복합적인 기업 활동을 기준으로 기업의 방향성이 주주의 이익을 향하는지, 아니면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향하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방향성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현실의 쟁점에 대한 선택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사회에서 대립하는 견해 중 하나가 노동시장에 대한 입장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주장하는 견해 이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국사회의 노동시장이 매우 경직되어 있다고 판단한다. 즉, 해고와 고용이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으로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든다. 정부가 강력한 노조 황동을 인정하고 노동자 해고에 제한을 두는 까닭에 기업이 경영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기업이 비효율적인 잉여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지 못하면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대처하기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신규 채용을 꺼리게 된다고 말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고, 꼭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노동자를 쉽게 고용할 수 있어야 기업이 채용을 늘려 일자리가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사회적으로는 고용이 창출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고용의 안정성'을 주장하는 견해

이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노동자의 삶의 질이 매우 열악함을 지적한다.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현실적인 빈곤에 놓인 개인이 절대다수라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자의 고용 불안 문제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국가 경제와 기업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노동자의 고용 불안정에 따른 소득 저하는 사회 전체의 소비를 위축시켜 내수경기를 침체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노동자의 생산력도 낮아진다. 직장 내에서 자신의 업무가 상실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지속적인 이직에 대한 욕구를 만들고, 이에 따라 직무에 대한 성과를 낮출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용 안정성이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정된 일자리가 보장되어야만 국민의 생활이 안정되고, 이로 인해 경제와 사회도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렇게 대립하는 주장에는 기업의 목적에 대한 상반된 견해가 내재해 있다. 즉, 기업의 목적을 기업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라고 전제하는 사람은 기업이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반대로 기업의 목적을 노동자와 지역사회까지 아우르는 이해관계자 전체의 이익이라고 전제하는 사람은 고용의 안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한국사회가 지속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한국의 방향성이 시장의 자유, 자유주의, 주주 자본주의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러한 방향성이 발생했는가에 대한 명확한 분석은 없다. 한국의 지정학적 특성, 역사적 환경, 이념 대립의 경험, 경제 성장의 경험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어우러져 최종적으로 일관된 담론을 형성했을 것이다.


현실의 구체적인 쟁점들은 하나하나가 치열하게 논쟁되고 있으며 복잡하기 때문에, 개인이 이해하고 자기 나름의 해결 방안을 도출하기까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그래서 시간을 쪼개 써야 하는 바쁜 현대인들은 복잡하고 다채로운 사회적 쟁점에 자연스럽게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보통의 현대인들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 사이에 투쟁이 벌어진다. 바쁜 현대인들은 안 그래도 정신 사나워 죽겠으니 사회는 소란스럽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은 현대인의 무관심을 깨우기 위해서라면 소리를 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적 쟁점은 산으로 간다. 구체적인 실제 쟁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시위의 태도, 말하는 방식, 과격성, 이로 인한 불편 등이 이슈화된다.


시민에게는 의무가 있다. 나의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고 사회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책임 말이다. 물론 모든 구체적인 사회적 쟁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세계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을 토대로 개별 사안을 단순하게 분류할 수는 있어야 한다. 시장의 자유와 정부의 개입으로, 자본가의 이익과 노동자의 이익으로,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념으로, 주주 자본주의와 이해관계 자본주의로, 시민들 스스로가 개별 쟁점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분류할 수 있을 때, 사회적 담론들은 합리적이고 건강하게 논의되어갈 것이다.


세계에 대한 단순한 구분. 이것이 시민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교양이다.

작가의 이전글 행복은 언제 가능한가? <고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