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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옹수 Jul 01. 2019

질투한다고 해서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질투, 사랑이 드리우는 짙은 그림자 <감정수업>

질투(invidia)란 타인의 행복을 슬퍼하고 반대로 타인의 불행을 기뻐하도록 인간을 자극하는 한에서의 미움이다.
- 스피노자 <에티카에서> - 


친구들의 모임에 남자 친구를 데려가는 여자들이 있다. 이럴 때 그녀는 시시콜콜 남자 친구에게 옷차림과 이야기 방식에 대해 잔소리를 해댈 것이다. 지금 그녀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멋진 남자를 애인으로 두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고 하는 것이다.


사실 이 정도 되면 사랑은 이미 요단강을 건너간 거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은 일대일의 관계, 즉 알랭 바디우의 말처럼 '둘'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랑의 경험은 두 사람이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되는 경험이다. 그런데 애인을 멋지게 포장한 다음에 친구들에게 소개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친구들과 자신이 주연이고 남자 친구는 잘해야 예쁜 조연 정도로 전락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상관이 없다. 그런데 모임에서 애인이 시키지도 않은 멘트를 던지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문제는 그 멘트에 빠져든 친구가 한 명 있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자신의 애인에게 지나친 관심을 피력하고, 심지어 애교마저 떠는 것 같다. 예상치도 못한 질투의 감정이 솟아오르는 순간이다. 질투의 감정이 클수록 그녀는 서둘러 남자 친구를 데리고 어색한 분위기에서 자리를 뜰 수밖에 없게 된다. 자신을 빼고 자기 친구와 자기 애인이 순간적이나마 남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는 것을 직감했으니까.


바로 이것이다. 질투의 바닥에는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고 싶은 감정이 똬리를 틀고 있었던 셈이다. 질투는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하지 않을 때 드는 감정이니까. 그렇다고 이 여자가 다시 남자 친구를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을까? 아마 힘들 것이다. "당신만이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줘요." 그녀에게는 이것이 사랑일 테니까 말이다.


사랑하면 질투하지만, 질투한다고 해서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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