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철학의 맹점, 타자
좀 더 정신적이고 세련된 의미에서 대도시인은 사소한 일들과 편견들에 얽매이는 소도시인들에 비해 '자유롭다'. 대도시와 같이 큰 집당이 가진 지적인 삶의 조건들이나 상호 무관심이나 속내 감추기라는 태도를 가장 강하게 느끼는 것은, 대인의 자립성이 훼손되곤 하는 작은 집단에 속한 개인들이라기보다는 대도시처럼 인구가 극도로 밀집한 곳에서 살고 있는 개인들일 것이다. 이는 신체적 거리의 가까움과 공간의 협소함이야말로 정신적 거리를 가장 잘 드러내 주기 때문이다. 대도시의 우글거리는 군중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가장 잘 느끼게 마련이다. 물론 이것은 위에서 말한 자유의 이면일 따름이다. 왜냐하면 대도시만큼 한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자유가 반드시 그의 정서적 안정으로 나타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곳도 없기 때문이다.
<대도시와 정신적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