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은퇴와 정년퇴직, 인생 후반전을 맞이하는 자세
‘로또에 당첨되면’ 혹은 ‘사업이 성공하면 은퇴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 거야’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희박하고 사업에 소신과 추진력이 있는 사람은 은퇴해서 그저 편하게 쉬려는 유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은퇴의 수단이 돈이라고 생각하는 이들 또한 은퇴를 해도 편하게 쉬지 못한다.
그들은 은퇴를 위해 맹렬히 일을 하고 돈을 벌었지만 막상 은퇴를 하고 보니 일이 아니면 무엇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은퇴의 본질은 돈과 일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돈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노동’이란 사전적 정의로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노동이 갖는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고 노동의 성과는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는 것뿐만 아니라 삶의 성취감을 나타낸다. 파이어족이 말하는 ‘조기 은퇴’란 노동의 본질적 가치인 사회적 관계와 사회적 활동을 통한 ‘존재 증명’의 중요한 키워드를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다.
사람들이 은퇴를 ‘삶의 종착지’,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갖고 있는 것,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아등바등하며 살고 있다.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서의 한적한 삶을 떠올리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룬듯하다. 하지만 시골도 도시와 마찬가지로 마냥 안도하며 살 순 없는 곳이다.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왜 은퇴와 귀농, 귀촌을 떠올리면 현실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줄 것만 같을까? 은퇴와 귀촌이 무조건적인 안정을 줄 수 있다 착각하고 있다면, 아직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한 ‘홀로서기’에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조기 은퇴뿐만 아니라 정년퇴직도 마찬가지다. 40여 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정년을 앞두고 있는 공무원은 퇴직 후의 일상을 생각하면 걱정되고 두렵다. 40년 동안 해왔던 익숙한 삶이 끝나고 자신의 명함이 한순간에 종이가 된 박탈감은 세상과 단절감을 일으킨다. 사람들이 정년퇴직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갑작스레 주어진 여가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고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는 것이다.
『하프타임』의 저자 밥 버포드는 자신의 책에서 “인생의 후반전은 직업적 성공을 넘어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년 후에도 그동안 배웠던 경험들을 타인의 문제을 해결하거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은퇴 후에는 분명 이전보다 많은 여가시간이 주어질 것이다. 확보된 여가시간을 직장을 잃었다는 공허함과 외로운 시간을 보내기엔 인생의 후반전이 아쉽지 않은가? 인생의 전반부는 직업적 성공과 생산성 추구를 통해 사회와 가족에 기여하며 보냈다면, 인생의 후반전은 자신의 가치를 좇으며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삶을 재건하는 기회이다.
조기 은퇴와 정년퇴직이 공통으로 지향해야 할 점은 사회적 활동을 통한 자신의 존재 증명이 ‘단절’된 것이 아닌 수단의 ‘전환’이어야 한다. 노동을 통해 배운 자신의 강점과 재능을 토대로 인생 후반전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것이 생산성 창출이 아니어도 가족과의 화목한 시간, 후배 양성 등 다양한 목적지가 있다.
택시 기사가 어디로 가는지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 택시기사는 움직이지 않는다. 인생의 후반전도 마찬가지다. 최고의 인생 후반전을 펼칠 장소와 방법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가제) 러스틱라이프 中 -